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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쿠로가와 온천 버스투어 후기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나는 패키지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퀄리티가 나쁘다기보다는 자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현지투어 상품도 잘 이용하지 않았는데 재작년부터 몇 번 이용해 보니 골치 아픈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가이드로부터 쏠쏠한 정보도 들을 수 있어서 종종 이용하고 있다. 다만,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현지투어의 고질적인 문제,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곳을 가다 보니 피곤은 한데 뭘 봤는지 기억은 안 난다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이번에 후쿠오카에 가면서 아소, 쿠로가와 온천 버스투어를 예약했다. 사실 코스 중 절반이 겨우 재작년에 갔다 온 곳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복잡한 집안 사정 때문에 투어를 예약했다.


기록을 보니 아소와 쿠로가와를 자유여행으로 2023년 5월 31일에서 6월 3일에 갔었고, 이번에는 2025년 5월 31일에 갔으니 딱 2년 만이다.


미팅장소


후쿠오카에서 출발하는 투어 상품이 대부분 하카타 역 앞 오리엔탈 호텔 1층에 있는 로손 편의점 앞에서 출발한다. 3분의 2는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중국인이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헤맬 것도 없다. 예약한 여행사 깃발을 찾아 체크인을 하면 된다.


코스1. 쿠사센리 가하마


쿠사센리는 넓은 초원지대다. 풀(쿠사)이 천리(센리)에 펼쳐져 있다고 해서 쿠사센리다. 2년 전에 갔을 때에는 비가 많이 와서 땅이 축축하고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풀이 워낙 길게 자라 있었고 곳곳에 말똥이 지뢰처럼 있었으며 연못이 꽤 넓었고 물이 많았다.


이번에 가 보니 관광객 천지다. 계속 버스가 들어온다. 풀은 땅이 보이도록 모두 다듬어 놓았다. 땅도 굳어 있었고 말똥도 많지 않았다. 당일날 비가 오지 않아서 그런지 연못에 물도 별로 없었다.


2년 전에는 궁금해서 말꼬치 하나 사 먹고, 그 지역 간식이라고 해서 할머니한테서 뭔가 하나를 사 먹었더니 할머니가 계속 이것도 먹어보라 저것도 먹어보라고 퍼 주셔서 재밌게 놀다 왔는데, 이번에 가 보니까 그냥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변해 있었다. 겨우 2년 만인데 말이다.


9FF59B03-10A3-4613-BE2F-540009C45077_1_102_a.jpeg 2023년의 쿠사센리, 풀이 길게 자라 있었다.
AF4872A5-14FA-4398-BCEB-ED0E9FA0B9B2_4_5005_c.jpeg 2025년의 쿠사센리. 2년 전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말차라테가 맛있다고 해서 먹어보니 진짜 맛있었다.


관광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는데, 워낙 땅이 넓기 때문에 부지런히 다녀야 했다.


아쉬운 것은 분화구를 멀리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년 전에는 버스를 타고 한참 올라가서 또 버스를 갈아타고 가서 봤는데, 화산가스가 펄펄 나오는 모습이 역시 분화한 지 얼마 안 된 살아 있는 화산임을 실감케 했었다. 분화구는 관광버스로는 올라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많이 아쉬웠다.

8D0E4937-A7AB-4204-9E61-18298B43F0FC_1_102_a.jpeg 2023년에 갔던 아소산 분화구, 현지 투어에서는 가지 않는다


코스2. 아소신사와 몬젠마치


아소 신사 주차장에서 세워주는 데, 여기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지역 특산인 아카규동을 먹으려고 했더니 소개받은 식당은 웨이팅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바로 근처에 다른 집을 들어갔더니 웨이팅 없이 아카규동을 맛볼 수 있었다.


아카규동은 맛은 있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규동 자체가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원래 다른 규동은 어떤 맛인지를 모르니까 비교를 할 수가 없다.


032A6068-EAF7-47D7-A358-D7C6B4E7205F_1_105_c.jpeg 야키니쿠 야요이에서 먹은 아카규동, 2200엔


식사를 하고 나서 신사 주변에 이런저런 소소한 물건들이나 간식거리들을 파는 가게들을 구경할 수도 있고 신사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신사에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남자는 시계방향으로 여자는 반시계방향으로 두 바퀴를 돌면 인연을 찾아준다고 한다. 그래서 뱅뱅 도는 사람이 좀 있다.


57F54852-4D32-451B-936D-E7FCF49D53B0_1_102_a.jpeg 아소신사


식사시간까지 포함해서 90분이 주어졌는데, 만약 웨이팅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냥 밥만 먹고 나왔을 것 같고, 웨이팅이 없어서 소소하게 구경은 할 수 있었는데, 느긋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아니었다.



코스3. 대관봉


여기는 2년 전에는 가지 못했던 곳이다. 부처님이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했는데, 가볍게 등산을 해야 한다.


부처님 누워 있는 산세보다는 그냥 자연의 풍경 자체가 워낙 압도적이다. 사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잠깐 왔다가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확실히 화산이 볼만하다.


시간은 30분이 주어지는데 올라가는 데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 머무는 시간이 무척 짧았다.


D200B1DB-D98D-48DC-8AED-56B51038408A_1_105_c.jpeg 대관봉에서 본 풍경, 잘 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다


코스4. 쿠로가와 온천


쿠로가와 온천은 나무패를 사서 온천 3군데를 돌 수 있는 '유메구리'가 유명하기 때문에 다들 온천에 입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입욕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여기서 90분을 준다. 그런데 버스 주차장이 꽤 멀기 때문에 오고 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6~70분 정도라고 봐야 한다.


세 곳이나 입욕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고 우리는 한 곳만 가기로 했다. 뛰다시피 걸어서 찜해 놓은 온천으로 가서 온천을 마치고 나와서 보니까 다른 곳이었다. 모르고 간 곳도 꽤 고급스럽고 괜찮은 곳이었기 때문에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당일 입욕료 600엔.


전투적으로 온천을 마치고 온천거리에 가면 항상 들르는 리락쿠마노유에 가서 캐릭터 상품 하나를 집어 들었고, 곧바로 뛰듯이 걸어 슈빵을 샀다. 웨이팅이 없어서 곧바로 살 수 있었는데, 이러고 나니까 시간이 15분도 남지 않아 거의 뛰어서 버스주차장으로 갔다.


D5C7AABC-DC54-4571-ADB1-6551245919E5_1_102_a.jpeg 리락쿠마노유, 유명온천 마을마다 있다


장점


2년 전에 쿠로가와에서 하카타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이게 몇 대 없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아소도 마찬가지여서 버스나 기차 모두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간다면 이동하는데 받는 스트레스가 좀 있다. 특히 대관봉은 2년 전에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투어로 가니까 그냥 다 데려다줘서 편했다.


개인적으로 간다면 3박 4일 정도는 잡아야 할 일정을 하룻만에 끝나고도 저녁에 시간이 남는다.


현지 투어 상품을 몇 번 이용해 봤으나 대부분 친절하고 이런저런 팁들 많이 알려주려고 해서 가이드에 대한 만족도는 좋은 편이다.


단점


너무 힘들다. 3~4일은 가야 할 코스를 한나절 안에 끝내니까 뭘 좀 볼만하면 돌아가야 한다. 온천 하나를 90분을 해도 부족한데 온천마을에 90분만 있으라고 하면 너무 바쁘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기념품이라도 하나 사고 싶은데 그러면 구경할 시간을 줄여야 한다.


바쁘다 보니 힘이 든다. 내가 뭘 보고 왔나, 하고 생각해 보면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사진이 있으니 간 적이 있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총평


나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짬을 오래 낼 수가 없으니 여행도 전투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이드도 친절하고 코스도 혼자 계획해서 가기에 힘든 곳들이니까 괜찮은 것 같다. 근데 너무 바쁘다. 하긴 2~3일을 있어도 부족한 유후인을 포함해서 서너 곳을 한나절에 도는 상품도 있으니 여행사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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