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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시마 버스투어 후기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후쿠오카에서 출발하는 이토시마 버스투어를 예약했다. 그냥 갔다 온 곳을 안 가는 투어를 찾아보다가 발견했다. 사실 이토시마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찾아보니 요즘 인스타에서 감성사진 비슷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인스타는 물론 SNS 자체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잘 몰랐다.


사진으로 보니까 여행 프로그램이었는지 다큐멘터리에서였는지에서 봤던 기억은 났다. 축제날 남자들이 엄청나게 두껍고 긴 밧줄을 매고 가서 두 바위 사이에 거는 것이었다. 그냥 단편적인 기억만 있을 뿐 사실 잘 모른다.


이번 투어에서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가이드가 아니라 급하게 50대의 여성 가이드 분이 배정되었는데, 굉장히 능숙하셔서 뭐랄까 본부장 포스가 났다. 역시 경륜은 무시할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1.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부부바위)


이토시마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하얀 토리이 사이로 서로 똑닯은 두 바위를 이어주는 밧줄이 걸려 있다. 밧줄은 직경이 50cm나 되고 무게가 1톤이 넘는다고 하는데, 매년 축제 때 바꾼다고 한다.


토리이는 보통 붉은색인데 흰색으로 되어 있는 것도 특이하다. 이 토리이 사이에 부부바위가 쏙 들어가도록 사진을 찍는 게 포인트다.


도착해 보니 함께 버스로 이동한 일행들 외에는 관광객이 개별여행객으로 두 팀 정도밖에 없었다. 모두 일본인은 아니었고 중국계였다. 이른 시간이어 서그런지 생각 외로 관광객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바다 중간에 하얀 토리이와 부부바위가 특별하기는 한데, 그저 훑고 사진이나 찍고 돌아가는 관광객입장에서는 그냥 그렇구나... 하는 정도긴 했다. 너무 좋은 것을 많이 보고 다녀서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 바다 중간에 있는 토리이가 드물지 않은데 히로시마에서 배 타고 들어가면서 보는 미야지마의 토리이가 제일 유명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시간은 30분 정도 주어지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 바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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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2. 마타이치노 시오, 소금공방 톳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세월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목조 건물로 된 소금 공방이다. 오래된 목조 건물 자체의 느낌이 좋았다. 여기서 가이드분이 소금푸딩을 하나씩 나눠주셨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병도 꽤 감각적이었는데 나는 굳이 가져오지는 않았다. 챙겨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저런 음료나 푸딩을 파는 곳도 있었고 제염시설을 창문을 통해 볼 수도 있고, 판매하는 소금을 종류별로 시식할 수도 있다.


소금 몇 개를 시식해 봤는데 감칠맛이 살짝 도는 것이 꽤 괜찮은 것 같았다. 미야코지마의 유키시오 제염소에서 파는 소금보다 알은 좀 굵었는데, 용도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기는 했다. 비싸서 사지는 않았다.


제염소도 뭔가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특색 있는 물건이 많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바닷가 절벽에 세워진 오래된 나무집이 주는 감성 자체가 좋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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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3. 니지노 마츠바라


일본 3대 소나무숲이라고 하는 굉장히 넓은 인공 소나무 숲이다. 일본 3대라는 것은 일본에는 예전부터 떠도는 밈이라서 별 의미는 없겠지만 매우 보기 드물게 넓고 빽빽한 소나무 숲이다.


전형적인 일본의 숲은 우리나라와 다른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숲이나 산을 생각하면 흙이나 부엽토에 적당한 크기의 나무들이 자라 있고 또 적당한 크기의 풀들이 자라 있다. 그래서 어렸을 때 크레파스로 숲을 그리면 갈색이나 황토색으로 땅을 칠하고 나무를 그린다.


일본의 숲은 일단 나무가 굉장히 크고 빽빽하다. 우리처럼 내부적으로 전쟁을 겪지 않아서 그런지 숲이 오래되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키 큰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서 그런지 풀들은 키가 작다. 이끼나 잔디같이 작은 풀들이 땅을 빽빽이 메우고 있다. 그래서 빛이 적어 어두우면서도 푸르다. 모노노케히메와 같은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기는 그냥 차 안에서 지나가면서 봤는데, 만약 자유여행을 왔다면 하루 묵고 갔을 것 같다.




코스 4. 이온몰


버스는 이온몰에 주차를 하고 근처 식당 여러 곳을 추천해 주셨는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돈카츠를 먹었다. 바삭바삭 하고 예상 가는 일본 돈카츠 맛이다.


이온몰은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비슷한 대형마트인데, 여기 이온몰은 대형마트에 아웃렛을 합쳐놓은 것 같았다. 평일 점심시간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리도 아프고 뭔가 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서 그냥 둘어보고 나왔다.



코스 5. 카가미야마 전망대


이온몰에서 버스가 거울산이라는 뜻의 카가미야마로 바로 올라가는데 구불구불하는 산 길을 오르면 거의 정상 가까이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내려 한 10분쯤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284m로 동네 뒷산 정도의 높이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시야가 확 트인다. 여기가 부산과 매우 가까워서 임진왜란 때 인공 섬을 만들어 전쟁을 준비하였다는 말이 있다. 풍경이나 역사적인 설명은 둘째치고 대마도나 부산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젊을 적에 헤엄쳐서 대한해협을 건넌 조오련 선생님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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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6. 이마리 도자기 마을


정말 첩첩산중에 있다. 마을과 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온천마을 같은 느낌도 났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도공들이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고 한다. 컵이나 접시, 다기 같은 소소한 도자기를 많이 판다. 공방마다 비슷한 것도 많고 좀 다른 것도 있다. 여기서 50분 정도 시간이 주어지는데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이런 소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엄청 짧지도 않다.


가격이 싼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 보니 여기 도자기가 싼 편이었다. 몇 개 사 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깨지는 물건이라서 가져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다.


뭘 사지 않더라도 마을 자체가 조용하고 예뻤다. 그냥 산책하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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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7. 라라포트 쇼핑몰


마지막으로 라라포트 쇼핑몰에 데려다준다. 여기서 그냥 하차해서 집에 가도 된다. 라라포트 쇼핑몰은 그냥 건담 때문에 궁금하긴 했었는데 후쿠오카에 몇 번 왔어도 가 보지 못했다. 후쿠오카에 오면 보통 하카타 역 근처에서 묵게 되는데 라라포트는 지하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가는 버스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쇼핑몰 하나 가자고 택시를 타거나 복잡하게 버스를 갈아타는 수고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코스 마지막에 라라포트를 넣어주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광장에 건담이 굉장히 눈길을 끄는 것 말고는, 그냥 우리나라로 치면 스타필드와 비슷한 쇼핑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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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일본에 교통비가 굉장히 비싸다는 것을 생각할 때 꽤 저렴한 가격에 근처 도시들을 둘러볼 수 있다. 코스 하나하나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거나 사람들로 북적인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서 힘이 들지는 않는다. 마지막에 라라포트에서 한 번 하차해 주는 것도 괜찮았다. 궁금하기는 했는데 굳이 시간 내서 가기는 싫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능숙한 가이드 분의 이런저런 설명도 괜찮았다.



단점


우와~할 수 있는 킥 포인트가 없다. 소소하다. 소소한 게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자유여행이 아니라 투어상품을 선택했을 때에는 뭔가 한 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행사에서도 고심을 했는지 라라포트를 끼워 넣었던 것 같다. 소나무 숲에서 한 번 내렸으면 좋긴 했을 텐데, 그러면 식사 시간이 애매했을 것 같긴 했다. 이온몰을 빼고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소나무 숲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으로 했으면 딱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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