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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서 이겼다고 법원에서 돈을 주는 건 아니다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가령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었는데 갚지 않아서 소송을 해 승소 판결을 받으면 돈은 누가 줘야 할까?


당연히 돈을 빌린 친구가 아니냐,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법률가의 자질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송에서 이기면 법원에서 돈을 준다고 생각한다. 혹은 법원에서 알아서 채무자한테 돈을 받아다 준다고 생각한다.


그것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변호사 역시 돈을 알아서 받아다 주지 않는다.


법원이나 변호사 업무에 대한 오해가 어디에서 생겼을까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실 배운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특히 변호사는 드라마에서 마치 비서나 흥신소 직원처럼 묘사한다. 그래서 뭐든지 다 해 줄 것 같지만, 사실은 별로 해 주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언제 배웠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법원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이라고 배웠던 것 같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선생님도 잘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마 선생님도 몰랐을 것 같다.


법원은 법을 해석하는 기관이다.


법원은 사건을 접수하면 사실관계에 법을 대입하여 결론을 도출한다. 어떻게 보면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도 비슷하다. 2차 방정식 문제에 근의 공식을 적용하면 해가 도출되는 것처럼, A라는 사실관계에 B라는 법률조항을 적용하면 C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사실은 더 많은 일을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이러한 개념을 알면 많은 부분이 이해가 간다. 가령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는 것은 법원의 일이 아니다. 그건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어떤 사실관계에 따라 그 사람을 구속하는 게 맞을지 아닐지, 징역에 처하는 게 맞을지 아닐지는 법원이 판단하지만, 실제로 구속을 시키고 감옥에 보내는 것은 법원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교도소 업무는 법무부의 몫이다.


심지어 법원에 사무실이 있는 집행관도 법원 소속이 아니다. 그러면 왜 법원 안에 사무실이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법원 안에는 집행관 사무실만 있는 게 아니라 우체국도 있고, 은행도 있다.


과일가게에서 사과 하나를 1,000원에 판다고 할 때, 5,000원을 내면 사과 몇 개를 살 수 있나,라는 수학 문제에 5개라는 답을 내었다고 하여 실제로 사과를 5개를 주지 않는다. 법원이 하는 일은 그 수학문제의 답을 내는 것이다. 답안지가 바로 판결문이다.


판결문은 주문과 이유로 나눠져 있는데, 주문은 답이고 이유는 풀이 과정이다.


수학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서 5,000원을 주었는데 사과를 안 주는 과일가게가 있다면 법원에서는 사과 5개를 주라는 주문을 낸다. 그렇다고 법원이 사과를 주지는 않는다. 법원은 문제를 푸는 일을 할 뿐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이 사건은 사실관계가 이러니 이렇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한쪽 입장에서 주장하는 사람이다. 근의 공식을 모르는 사람은 2차 방정식 문제를 풀기 힘드니까, 근의 공식을 아는 사람이 이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한다고 대신 말해주면 편하다. 변호사는 그저 근의 공식 같은 것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사실 법원은 그저 당사자가 낸 문제를 푸는 수험생과 같다. 시속 6km/h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10km 거리를 몇 분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푸는 수험생에게, 네가 답을 내었으니 실제로 뛰어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원이 풀어낸 답안을 실제에 적용하는 것은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판결을 받았어도 돈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법원이 돈을 받아 주지는 않는다. 변호사도 돈을 받아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당신이 그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비싼 변호사비를 써서 소송을 한다고 하여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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