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수임료, 선임료)가 보통 얼마인지는 어디에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 업계에 있으니까 느낌적인 느낌만 있다. 손님이 비싸다고 하면 다른 데보다 비싸구나 싶고, 싸다고 하면 싸구나 싶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변호사비가 엄청 떨어질 것 같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변호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은 것에 비해 사건의 수가 엄청 늘지는 않았다. 그러면 변호사비가 떨어져야 맞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갑자기 변호사 배출 수가 이전의 2배 이상이 되어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는 변호사비가 많이 내려갔었다. 100만 원 이하로도 수임한다는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던 것이 슬슬 예전과 비슷해지는가 싶더니, 요즘은 오히려 많이 오르고 있는 것 같다.
뭐, 솔직히 요즘 변호사비 많이 오르지 않았나?
변호사라는 업종이 고정비가 큰 것은 사실이다. 변호사 한 명이 일주일에 1건, 한 달에 겨우 4건만 수임한다고 해도, 하나의 사건이 1년씩 갈 때가 많으니 하루에 1~2건 꼴로 들여다봐야 한다. 생각보다 바쁘다. 그러니 사건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도 사건을 제대로 한다면 변호사 한 명이 소화할 수 있는 사건의 개수는 한정적이다.
변호사가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이 한정적이라는 말은 변호사비가 떨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과 같다. 사무실 비도 내야 하고 직원 월급도 줘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사건은 얼마 없으니 수임료가 엄청 떨어질 수는 없다. AI가 변호사 업무를 대체하면 좀 싸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향후 10년 내에는 그럴 일은 없다고 본다.
변호사비가 떨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쳐도, 그럼 요즘 오른 건 뭣 때문일까.
어디까지나 뇌피셜이지만, 내 생각에는 네트워크 로펌의 등장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소위 네트워크 로펌이라는 데에서 사건을 쓸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대개 네이버에 기생한다. 그래서 네이버 검색순위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는 것 같으면 어떻게든 다시 올려놓는다. 겨우 그런 것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다. 그럴 돈이면 차라리 네이버를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수임료가 올라간다. 수임료를 많이 받아도 대량으로 수임해야만 이득이 난다.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하다 보니 변호사 역시 어마어마하게 고용한다. 그런데 고용한 변호사 수에 비해 사건은 더 많다 보니 변호사들이 기피한다. 그래서 월급도 많이 준다. 변호사들끼리 “장사 안 되면 네트워크나 가지”하는 말을 농담처럼 할 정도다. 변호사를 많이 고용하고 그 변호사들한테 월급도 워낙 많이 주다 보니 수임료는 더 올려야 한다. 광고를 위해 전관도 많은 돈을 주고 고용한다. 그 사람이 실제 송무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가 전관이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은데, 요즘 TV 예능프로에 네트워크 펌 소속 전관 변호사가 전직 판사랍시고 법복을 입고 나오는 것을 보면, 뭘 저렇게까지 돈이 좋을까 싶을 정도다.
네트워크에서 하도 수임료를 올려놓다 보니 우리 사무실에 오는 손님 중에는 우리 수임료가 싸다고 하는 손님도 생겼다.
솔직히 나는 수임료를 싸게 받는 변호사가 아니다. 오히려 좀 비싼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네트워크 펌에서 워낙 비싸게 부르니까 상대적으로 싸졌다. 그러다 보니 손님이 늘었다. 손님이 늘어 너무 바빠지니까 사건을 줄이려고 가격을 올렸다. 경제학원론에서 거의 첫머리에 나오는 수요공급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예전에는 좀 비싸다고 손님들이 주저했던 가격보다 더 높게 불러도 이제는 손님들이 별 저항이 없다. 오히려 싸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 살림살이는 더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변호사의 벌이가 너무 좋아지면 전체 사회에는 좋은 게 아니다. 밖에 나오면 일도 적고 돈도 많이 번다는 생각이 많아지면 공공의 영역은 소외받게 된다.
나만 해도 그렇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선전담변호사나 조정전담변호사, 지자체 소속 변호사 등의 모집공고를 보면, 월급은 좀 적지만 매출 스트레스나 의뢰인 요구사항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으니 나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엔 저 정도 급여라면 헌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네트워크 들어가면 잘한다고 돈 더 주는 것도 못 한다고 덜 주는 것도 아니고, 따박따박 주는 월급이 공공기관의 두세 배가 넘는데, 굳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률시장이 좀 각박해졌다. 가난한 사람에게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은 더 높아졌다.
해법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냥 광고로 떡칠이 되어 있는 포털의 광고 입찰 방식과 검색 결과 노출 알고리즘을 바꾸면 된다. 그러면 광고비 경쟁이 아니라 다시 수임료 경쟁으로 돌아갈 것이다. 포털과 광고대행사에 지급될 돈이 수임료를 낮추는 데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니다. 사기업에 돈 벌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지 않은가. 네이버도 요즘 무가치한 광고 콘텐츠 노출을 줄이려고 알고리즘을 자주 바꾸는 것 같지만, 네트워크들은 귀신같이 알고 적응해 버린다.
그러면 다른 변호사나 펌들이 모두 네트워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경쟁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장은 특이하게도 럭셔리 시장과 비슷해서 남들보다 가격이 낮으면 더 안 팔린다. 적당히 비슷하게 맞춰가야 한다. 개업변호사는 착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법률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가치중립적인 일을 한다. 그런 쪽은 공공의 영역이다. 낮은 가격의 혜택은 사실 일반 대중이 아니라 범죄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이제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요즘 이쪽이 이렇다. 변호사비가 많이 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