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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천문대 다녀온 후기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주말에 안성천문대에 다녀왔다.


그냥 별을 보러 가고 싶기도 하고, 여름휴가를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는 데 별 보기가 좋은 곳이라 망원경이라도 사서 갈까 하는 생각이 있기도 했다. 겸사겸사 가까운 안성천문대의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우리 집에서 차로 30분도 안 되는 거리라서 별 부담이 없이 갔다. 좁은 산길을 따라 굽이굽이 차를 끌고 올라가니 천문대가 나왔다.


근처에 견사가 있어서 시끄럽기도 하고 냄새로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인공 불빛이 적은 곳에 지어야 하는 천문대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별을 보러 온 것이지 호텔에 쉬러 온 것은 아니니까 별 상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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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에 들어서자 먼저 고양이가 반겨주었다. 예쁨을 많이 받았는지 사람도 잘 따르고 혼자 방아깨비를 잡으며 놀고 있었다.


여름이라 해가 늦게 져서 8시가 되어야 교육을 시작했다. 우리까지 총 세 팀에 7명이었다. 우리 팀 빼고는 다들 초등학생 아이 하나씩이 끼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어른들보다는 초등학생 위주로 짜일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수요가 없으니 당연한 일인 것 같았다.


봄이나 여름에 보이는 별자리가 무엇인지, 북극성 찾는 방법 같은 것을 배우고서 만들기 놀이를 했다. 종이컵에 압정으로 별자리에 맞춰 구멍을 뚫고 플라스틱 광섬유를 꽃은 뒤 아래에 작은 LED로 빛을 쏘는 것이었는데, 꽤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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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까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실습을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레이저로 여기가 어떤 별이고 어떤 별자리인지 설명을 듣고 미리 세팅되어 있는 꽤 크고 비싸 보이는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사실 뭔가 동글동글한 게 보일 줄 알았는데, 맨눈으로는 조그맣게 보이는 별이 크게 잘 보인다고 해야 할까? 요만한 빛이 이만하게 보인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다음으로 돔으로 들어가서 더 크고 더 비싸 보이는 망원경을 한 번씩 체험해 보았다. 역시 사람이 적어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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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으로 나와서 각 팀 당 한 대씩 망원경을 갖고 직접 별을 찾아서 관측했다. 마침 달이 떴기에 관측을 해 보았는데 굉장히 밝았다. 오래 보면 눈이 나빠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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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선생님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망원경을 조작하고 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마 처음부터 조립하고 어쩌고 하면 꽤 오래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세팅되어 있는 것에서 간단히 조작을 하는 것이라 어렵지 않게 목표한 별을 찾아서 관측할 수 있었다. 날씨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간 날 사람이 적어 한 팀 당 망원경 한 대씩을 직접 만져보면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공부를 많이 하면 보이는 것도 많고 더 신기하고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는 게 뭐 그다지 많지 않으니 별이 반짝이네? 쟤는 붉은색인데, 쟤는 푸른색이네? 뭐 그 정도? 역시 비싼 돈을 주고 망원경을 지르기 전에 오길 잘했다.


선생님들도 굉장히 친절하시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적어서 직접 조작하고 충분하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여름에 한 번 봤으니 겨울에도 한 번 더 오면 좋을 것 같았다. 단, 모기기피제는 필수. 한 방 물렸다.


사족으로, 선생님이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것 세 가지가 개기일식, 오로라, 유성우라고 하는데, 나는 오로라와 유성우는 봤지만 일식은 부분일식밖에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2035년 9월 2일에 개기일식이 관측된다고 하니, 10년 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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