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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여행 필수품 vs. 안 필수품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나는 꽤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다. 하지만 여행 고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여행 고수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날 갔던 곳만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곳을 가더라도 일어나는 일은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동안 여행을 다니고 짐을 싸면서 유용했던 물건과 별 필요 없었던 물건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는 열심히 챙기는 물건


젓가락

별 것도 아닌데 구하기가 참 힘들다. 호텔 방에서 저녁에 출출해 라면 뽀글이라도 해 먹으려면, 엔간하면 대체할 물건들이 있는데 젓가락은 아쉽다. 젓가락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 가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샀다가 젓가락을 안 받아오면 다시 가서 젓가락 달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볼펜

이제는 펜을 쓸 일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가끔 필요하다. 여전히 입국신고서를 종이에 써야 하는 때도 있고 가령 호스텔에 묵는다면 공용냉장고를 쓸 수도 있는데 이때 내 물건이라는 것을 표시할 때 필요할 수 있다.


구강세정액, 가그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밖에서 이를 잘 닦지만, 외국에는 그런 문화가 별로 없다. 그런데 식사 후에 이를 닦는 게 습관이 되어 있으면 계속 찝찝하다. 이럴 때는 개별포장이 되어 있는 구강세정제가 아주 유용하다. 일본에서는 구하기 쉬운데 다른 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빨래망

단기 여행에서는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여행이 길어지면 필요할 때가 많다. 세탁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그냥 빨래를 안 입은 옷이랑 구분해야 할 때나 빨래방에 갈 때 유용하다.


빨랫줄

캠핑용으로 고무줄 재질에 집게가 달린 엄청 저렴이들이 나오는데, 은근 쓸모가 있다. 단기여행에서는 필요가 없겠지만 속옷이나 양말 정도라도 빨 일이 있으면 막상 숙소에는 널어놓을 데가 없다. 하다못해 수영복이라도 널 수도 있고, 꼭 빨래는 말리는 용도가 아니라 그냥 끈으로도 쓸 수 있다. 단기여행이면 튼튼한 충전케이블로 대체할 수 있기는 하다.


손톱깎이

여행을 하다 보면 손톱이 빨리 자란다. 안 자르면 계속 신경 쓰인다.


지사제, 알레르기약, 진통제, 멀미약

평소에 안 먹던 음식을 먹게 되고, 또 물이 맞지 않아 속이 불편하거나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필요하면 약국에 가서 살 수도 있지만 설명하고 어쩌고 하는 게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어서 챙겨두면 편하다. 산악도로나 비포장도로 오래 다녀야 하면 멀미약이 필요할 수도 있다.


빈 생수병, 물통

마실 물이 귀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는 안 그렇기는 한데 저비용항공을 타면 물 한 잔 안 줄 때도 많다. 매번 물 달라고 사람 부르기도 좀 그렇다. 공항에서는 빈 생수병이나 물통을 가지고 가서 보안 검색대 통과 후에 식수를 담곤 한다. 여행 중에는 조식 먹고 물 담아갈 때도 있고 2리터짜리 생수 사서 다 못 먹으니까 남은 거 따로 담아서 다닐 때도 있다. 물 값이 아까워서라기보다 물 사러 다니는 것도 피곤하다.


봉지집게

은근히 쓸모가 많다. 라면 뽀글이를 해 먹을 때도 쓰고 과자 남은 것을 보관할 때도 쓴다.


전기장판

가을, 겨울철엔 필수다. 휴대용으로 나오는 제품이 있는데 돌돌 말면 부피도 안 크고 무게도 얼마 안 나간다. 중국, 일본은 에어컨으로 난방을 하고, 유럽은 보통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한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왜 저러고 사는지 참 깝깝하다.


비치타월

올이 살아 있는 뽀송뽀송한 것 말고 올이 없이 얇고 밋밋한 것을 가져간다. 공용욕실을 쓰는 싼 숙소는 수건을 안 줄 때도 있고, 바닷가나 산에서 돗자리 대용으로 쓸 때도 많다. 사실 몸을 닦는 용도보다는 돗자리용으로 주로 쓰고, 급할 때만 몸 닦는 용으로 쓴다.


끈 달린 자물쇠

잠근다고 안 훔쳐가는 건 아니지만 기차여행을 할 때에는 필수. 기차여행이 아니면 쓸데는 없다.


슬리퍼, 크록스

처음에는 동네 마실이나 다닐 때 써야지 했다가, 나중에는 주로 크록스를 신고 가끔 운동화를 신게 된다.


선글라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가 많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미세먼지 적은 나라에서는 필수다. 안경 착용자는 클립형으로 준비하면 된다. 사실 양산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유럽 같은 경우 비 와도 우산을 안 쓰는데 햇빛 세다고 양산 쓰면 좀 튄다.


부채

배터리 들어가는 선풍기는 위탁수화물로 부칠 수 없어서 따로 챙겨야 하고, 배터리 충전도 해야 한다. 진짜 더운 나라에서는 그냥 부채가 더 나은 것 같다. 은근히 현지에서 잘 안 판다. 한국에서 파는 귀여운 거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치약, 칫솔, 칫솔케이스

호텔에서 주는 어메니티는 화딱지 난다. 현지에서 사도 되지만 칫솔, 치약이 은근히 나라마다 좀 달라서 불편할 수 있다.


HDMI 케이블

해외에 가면 호텔 TV가 무용지물 일 때가 많다. 이때 핸드폰이나 태블릿에 연결할 HDMI 케이블이 있으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기껏 줄 하나인데 호텔 생활이 많이 달라진다.


립밤

필요할 때가 많은 데 사려고 하면 살 데가 없다.


전기포트

차나 커피를 끓여 먹거나 라면 뽀글이를 해 먹을 때 쓴다. 웬만한 숙소에는 다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더럽기 때문에 여행용으로 파는 실리콘으로 된 걸 가져간다.


우산 또는 비옷

목적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우산이 편하고 산에 갈 때는 비옷이 편하다. 가서 사도 되는데 비 맞으면서 우산 파는 데 찾으러 다니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우비는 비닐로 된 싸구려는 덥고 답답하다.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공기 잘 통하는 소재로 된 것이 유용하다.


캐리어 택

캐리어가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공항에서 물건 찾을 때 편하다. 긴 줄로 되어 있거나 덜렁덜렁한 것은 공항직원이 잡아당겨서 망가진다. 나는 캐리어 손잡이에 찍찍이로 붙이는 것을 사용한다.


이어폰

나는 사실 두 가지를 가져간다. 평소 쓰는 것하고 비행기에서 쓰는 것. 평소엔 귀에 습기 차니까 귀를 막지 않는 귀찌형으로 된 것을 쓰고, 비행기 안에서는 시끄러우니까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것을 가져간다.


안경 닦는 천

안경 사용자의 필수품. 꼭 찾으려면 없으니까 여러 장 사서 여기저기 넣어 놓는다.


수경, 수모, 수영복

바닷가에 안 가더라도 호텔에 수영장이 있는데 이용하지 못하면 아쉽다. 스노클링이 예정되어 있으면 스노클링 장비도 챙겨간다. 대여하면 찝찝하다.


면봉

귀 가려운데 없으면 아쉽다.


다이빙 케이스

스노클링이 예정되어 있으면 가져간다. 핸드폰을 넣어서 수중촬영을 할 수 있다. 가격이 나가더라도 질겅질겅 한 것 말고 딱딱한 것으로 사야 실제로도 촬영을 할 수 있다.


동전용, 카드보관용 파우치

필요한 나라가 있고, 필요 없는 나라가 있다. 가령 일본에 갈 때는 동전이 많이 생기니까 동전 파우치가 필요하다. 나는 카드 보관용으로 작은 파우치에 끈을 달아서 파우치는 주머니에 끈은 허리에 매달아서 다녔는데, 카드를 쓸 일이 많아서 편했다. 돈 내는 신용카드 말고도 버스카드나 입장권, 기차표 보관용으로도 잘 써먹었다. 단 어디에 매달지 않고 파우치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통째로 잃어버리기 쉽다.


안마기

원래 안 가지고 다니다가 요즘 일본 고릴라 안마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부피와 무게가 얼마 안 나간다. 발바닥용을 가지고 있는데 종아리용도 하나 살까 고민 중이다.



취향 따라 다르지만 나는 안 챙기는 물건


샤워필터

한번 가지고 가 봤는데 뭔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설치하다가 샤워꼭지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짐 챙기다가 빼먹을 수도 있어서 골칫덩이다.


압축팩

불편하다. 어차피 이동하다가 다시 부풀게 된다. 압축팩을 써야 할 정도로 옷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는 스타일이라면 그냥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니면서 고생을 하던가, 돈을 더 써서 고생을 피하던가 하면 된다. 젖은 수영복 보관용으로는 괜찮을 수 있다. 근데 사실 압축팩보다 요령만 있으면 슬라이드로 된 지퍼백이 압축하기 더 쉽다.


보안가방

가방에 도난 방지 기술을 아무리 넣어 봐야 가방 째로 들고 가니 소용없더라.


셀카봉

막상 가져가면 불편해서 잘 안 쓰게 된다. 다만 오로라 사진, 별 사진 찍으려면 필수.


비닐봉지

따로 안 챙겨가도 물건 사다 보면 자꾸 생긴다. 그냥 비닐봉지 말고 지퍼백은 이래저래 쓸모가 좀 있어서 몇 개 챙겨가면 좋긴 하다. 큰 지퍼백은 압축팩 대용으로 쓸 수도 있다.


칼, 맥가이버 칼

내가 안 챙겼더라도 일행이 챙겨가면 매번 보안검색대에 걸리기 때문에 아주 불편하다. 그런데 과일 사 먹고 할 때 또 필요하긴 하다. 숙소에 없다면 현지에서 빌리거나 싸구려 과도나 감자칼이라고 부르는 필러 하나 사서 쓰고 버리는 게 낫다.


라면

산간오지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한국라면은 종류별로 판다. 슈퍼나 편의점이 없는 산간오지로 갈 때는 필요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중간에 슈퍼는 들릴 테니까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가서 물건 사는 것도 일이니까 미리 챙겨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말 외딴 시골이라면 신라면이나 김치라면은 없고 불닭만 있을 수도 있다. 장기여행에서는 라면 스프가 아쉬울 때가 많으니 따로 챙겨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소분통

화장품이나 샴푸 같은 걸 소분할 수 있는 통을 파는데 호텔 어메니티를 쓰거나 그냥 작은 것을 사는 게 낫다. 소분통은 막상 쓰려면 잘 안 나오고, 쓰다 남으면 재활용하기도 힘들고 집에서는 안 쓰게 된다.


손전등

휴대전화로 대체



그 외에 팁?


여행용xx 보다는 캠핑용xx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뭐든 여행용품으로 나오는 것보다 캠핑용품으로 나오는 게 그나마 쓸모가 있었다.


옷을 꼭 날짜 수 맞춰서 챙겨야 할까?

티셔츠 정도는 가서 기념으로 사 입으면 되지


포기하면 즐겁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짜증을 내거나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그냥 포기하는 게 낫다. 다 즐겁자고 하는 여행인데 누가 아파서 일정을 포기하고 병원에 갔다고 해서 짜증 낼 필요는 없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병원 체험도 색다른 경험이다. 뭔가 계획대로 안 되면 그냥 계획대로 안 하면 된다.


지금 아니면 다음에 또 오면 된다

"여기 언제 또 와"라는 말은 여기가 별로여서 다시 올 일이 없다는 말이다. 별로인 곳에서 무리하게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 인상 깊고 재미있었던 곳이면 그냥 또 가면 된다. 또 가고 싶을 정도는 아니라면 나에게는 그냥 딱 그 정도였을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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