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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여행기, 스카즈카 ~ 바르스콘

포장과 비포장이 반반 섞인 길을 달려 스카즈키 협곡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 반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뭘 했나를 생각해 보면 그냥 버스에 앉아 있었던 것 외에 특별히 기억이 없다. 하지만 차창 밖의 풍경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스카즈카 협곡은 그랜드캐년과 비교한다고 하지만 그건 좀 오버인 것 같다. 태국의 빠이 협곡과 비슷하고, 튀르키예의 괴레메도 생각난다. 듬성듬성 작은 풀만 자라고 있는 붉은 사암 지대의 풍경은 마치 화성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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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는 꼬마 남자애들이 기념품을 파는데 바가지는 아니었다.


좁은 길을 따라 오르는 데 안전장치가 없어 다소 위험해 보였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미끄러지는 사람은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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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를 갔다면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키르기스스탄은 관광지 개발이 덜 된 곳이라서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스카즈카 협곡을 떠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 내내 이랬다. 비가 막 오다가도 금세 그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되었다가 또 비가 온다. 고산지대라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버스는 또 달리고 달려 이식쿨 호수와 첫 만남을 가졌다. 사실 차장 밖으로는 계속 보였는데 원래는 수영을 할까 했지만 비가 오고 추워서 발만 담가보았다.


이식쿨 호수는 담수호지만 워낙 넓어서 수평선이 보인다. 아주 맑은 날에는 맞은편이 살짝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보지 못했다. 약간의 염도가 있다고 하는데 바닷물처럼 끈적이지 않았다. 식염수보다 약간 묽은 느낌이랄까.


물은 굉장히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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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바르스콘에 있는 글램핑장이었다. 여기서 2박이 계획되어 있었다. 가는 길에 마침 비가 그쳐 쌍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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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장에 도착하니 굉장히 한국스러웠다. 텐트 안에는 한국에서 공수한 바닥 난방도 설치되어 있었고, 별도로 전기장판도 한 사람당 하나씩 줬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한국인의 손길이 닿은 곳이었다.


근처에 말을 키우는 곳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말을 타고 경주를 하기도 하고, 이따금 관광객이 보이면 말을 타겠냐고 권하기도 했다.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말들은 재갈이 물려 있지도 않고 그냥 풀어져서 자기들이 알아서 풀을 뜯어먹고 있었는데 저래도 안 도망가나 싶었다. 소도 마찬가지여서 가다 보면 그냥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는 애들이 많이 보였다.


글램핑장 뒤로는 멀리 폭포가 보였고 앞쪽으로는 개울이 굉장히 세게 흐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설산의 위용도 대단해서 전체적으로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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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식사와 함께 전통 복장을 입고 하는 공연이 있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졌다. 세계 여러 곳을 다녔지만 이렇게 별빛이 밝았던가 싶었다. 물론 실제 눈으로 보는 별빛은 사진보다는 적다. 카메라는 노출을 오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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