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숙소는 리조트였다. 이식쿨 호수를 프라이빗하게 쓸 수 있는 호텔, 리조트가 합쳐져 있는 굉장히 큰 규모의 시설이었다. 그런데 각 건물마다 통일성은 없어서 한 번에 지어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듣기로는 KB국민은행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 리조트에는 손목에 찰 수 있는 팔찌 같은 걸 주는데, 이걸 태그 하면 여러 시설을 입장할 수 있다. 이게 또 사람마다 다른지 이 팔찌가 없는 손님이 더 많았는데 이게 없으면 해변에 입장할 수 없다.
아침을 먹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우선 온천이 나온다는 실내 수영장으로 갔다. 풀이 꽤 넓었고 물은 적당히 미지근했는데 사람이 하도 없어서 몇 번 물장구를 치다가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위층에 또 다른 시설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여기서도 영어가 전혀 안 통하고 안내 책자도 제대로 없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참 힘들었다.
해변에는 출입구에 번호키가 있는데 그냥 팔찌를 대면 열린다. 출입 제한이 있어서 사람이 아주 적고 외국인이 많다. 적당한 그늘과 안전시설이 있어서 애들이랑 물놀이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리조트에서 열심히 놀다가 짐을 싸 들고 버스에 올랐다. 이제 숙소는 끝이고 밤에 비행기를 타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갈비탕 비슷한 점심을 먹었다. 비슈케크에서 출발할 때와 달리 돌아갈 때는 이식쿨 호수 북쪽으로 돌았는데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서 한결 빨랐다. 확실히 포장도로가 좋다. 게다가 휴대전화가 터지니 뭔가 세상과 연결된 느낌이다.
가다가 그냥 중간중간에 경치 좋은데 차를 세워서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비슈케크에서 약 80km 떨어진 부라나 탑으로 갔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어떻게 보면 키르기스스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데 관광객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첨성대처럼 현지에서 수학여행으로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철제 계단을 오르면 탑 내부로 통하는 계단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유럽의 성당이나 탑보다 더 좁다. 9~11세기쯤 건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원래 45m 높이였으나 현재는 25m 정도만 남아 있다. 숫자로 보면 엄청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변이 모두 평지라서 올라가 보면 시야가 트이고 바람이 많이 분다.
자세히 보면 약간 기울어져 있는데 피사의 사탑 같기도 하다.
탑 옆으로 언덕 같은 게 있는데 왕의 무덤이라고 한다.
탑에는 낙서가 많이 되어 있다. 낙서를 하러 여기까지 화이트를 들고 온 열정이 참 대단하다. 그럴 힘이 있으면 공부나 좀 하지. 2024. 10. 9. 에 방문한 중국인 장웨이 씨 반성하세요.
버스가 달리고 달려 비슈케크에 들어왔는데, 산에 모양이 특이했다. 버스 기사의 피셜에 의하면 땅 주인이 서로 달라서 경계가 생긴 건데 풀이 많이 자라 진해 보이는 곳은 주인이 게을러서 그렇다고 한다.
비슈케크 시내로 들어온 건 오후 6시였다. 대형마트에 갔는데 사실 살 게 없었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특이한 건 마트 안에 빵을 굽는 화덕이 있다는 것이다. 저 빵이 안에 아무것도 없는데 참 짭조름하고 맛있다.
그 외에는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 마트와 큰 차이가 없었다.
본격적인 비슈케크 시내 중심가로 가자 교통체증도 있고 사람도 많아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광장과 비슷한 알라토 광장으로 갔다. 군인 두 명이 국기를 지키고 있는데 잘 보면 안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젊은 애가 너무 말라서 안쓰러웠다.
매 정시가 되면 교대식을 하는데 발을 굉장히 높이 든다. 대만에서 본 교대식과 비슷하게 각과 절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맞은편으로는 분수가 있고 당연한 얘기지만 애들이 뛰놀고 있다. 길거리 전통 공연 같은 것도 하고 있고 사람도 많아 재밌는 곳이다.
이곳을 끝으로 저녁을 먹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마나스 공항으로 갔다.
출국장에는 면세점이 꽤 있는데 각 브랜드 별 매장보다는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처럼 이런저런 물건들을 다 파는 적당한 규모의 매장이 있고, 중간중간에 옛날 버스정류장 담배가게 크기의 기념품 파는 곳이 있다. 가게마다 똑같이 파는 것도 있고, 그 가게에서만 파는 것도 있는데, 가격은 대체적으로 좀 비싼 느낌이었다.
꿀이랑 소소한 공예품 위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가는 물건들은 출국장에도 있으니, 시간이 없어서 못 샀다면 공항을 이용해도 괜찮은 것 같다. 신용카드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