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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여행, 내 맘대로 느낌 정리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수도 비슈케크는 꽤 발달된 곳이고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세련되고 깨끗한 옷차림의 사람이 많다. 숫자로 나타나는 소득과 괴리감이 있다. 시내에 차도 많고 대중교통도 많다. 국산중고차가 많이 보이지만 새 차도 많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한국차가 비싸 보이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최근에 많이 팔린 듯하다.


비슈케크에도 기념품이나 물건을 살 상점은 별로 없다. 먹을 거 파는 데는 많다. 본격적으로 관광객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공항만 벗어나면 호객행위도 별로 없다.


관광지에도 호객행위가 별로 없다. 그냥 사면 사는구나, 안 사면 안 사는구나 하는 것 같다. 불친절한 게 아니라 막 팔아보려고 매달리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하는 게 없다. 그건 참 편하고 좋다.


관광지가 개발이 안 되어 있다. 유명한 곳인데도 관광객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없다. 화장실도 없고 물 사 먹을 데도 없다. 안전시설도 없다. 도로도 포장이 안 되어 있는데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 사 먹을 데가 없는 건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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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안 터지는 곳이 많다. 그냥 신호가 안 잡힌다. 기껏 로밍을 해 가도 못 쓸 때가 많다. 그나마 숙소에는 와이파이가 있다. 와이파이 속도는 적당하다.


마트가 아니면 가격표가 없다. 웬만하면 다 시가다.


영어가 안 통한다. 기본적인 단어 소통도 전혀 되지 않는다. 번역기를 돌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핸드폰이 안 터지는데 번역기가 뭔 소용이 있나. 그냥 숫자 보여주고 맞냐고 하는 수밖에. 그런데 숫자도 좀 다르게 쓴다.


1인당 GDP가 2,000달러 정도지만, 체감상으로는 훨씬 잘 사는 것 같다. 동남아를 가면 가난을 관광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지 않은데, 여기는 가난을 상품으로 팔지 않는다. 꼬마 남자애들이 잘 안 씻고 다니는 것 같기는 한데 걔네들도 쿨하다. 뭐든 사라고 매달리지 않고 사기 치는 것도 잘 못한다. 얼마냐고 물어봤을 때 자기 나름대로는 비싸게 부른 것 같은데, 나 같으면 5배는 더 부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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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케크 안에는 택시도 많고 버스도 많은데 도시 간 이동은 불편해 보인다. 특히 유명 관광지로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서 투어 상품이나 패키지로 가는 게 편하긴 하다. 그러면 정해진 루트로 정해진 일정대로 가야 하는 게 문제다. 패키지든 투어든 굉장한 체력이 필요하다. 등산이나 수영을 안 한다고 하더라도 차 안에서 장거리를 이동한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은데 비포장길이라 저속으로 오래가야 한다. 차 안에 있는 것 자체로도 체력 소모가 심하다.


직항 비행기 시간이 좋지 않다. 일단 자정 가까운 시간에 도착하고, 또 비슷한 시간에 출발한다. 비행기 좌석도 매우 불편하고 물 한 잔 주지 않는다. 그래서 입국할 때도 힘들고 출국할 때도 힘들다. 이틀이나 잠을 잘 못 자니까 여행 중에도 힘들고 갔다 와서도 힘들다.


스위스와 비교할 때가 많은데 많이 다르다. 공통점은 고산지대라는 것 정도? 사람의 밀도 자체가 다르다. 여기는 일단 사람 구경이 힘들다. 우버가 없는 건 둘째치고 슈퍼도 없고 매점도 없고 뭔가 있는 게 별로 없다. 물가가 싸고 비싸고 가 문제가 아니라 파는 데가 있어야 물건을 사는데, 뭘 파는 데가 없어서 물가 비교도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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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패키지 상품 중에 쇼핑이 있는 상품을 본 적이 없다. 다 노쇼핑이다. 꿀이라고 해 봐야 한국 돈 만 원도 안 된다. 수공예품은 비싼데 비싼 만큼의 값어치는 하지 않는다. 왜 이게 이 가격이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한국사람 기준으로 이건 비싼 거 이건 싼 거라는 개념이 좀 다르다. 의외의 것이 비싸다. 가령 스카프 같은 것. 품질이 너무 별로라 사 가봐야 절대 안 쓸 거 같은 게 비싸다.


경치는 정말 좋다. 중간에 내려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 아주 많다. 풍경을 보고 있으면 없던 병도 나을 것 같다.


고산병이 걱정되는 지역이 있기는 하다. 3,500미터 이상 고산 지역에는 숙박이나 편의 시설이 없어서 오래 있을 일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고산병에 대비는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산소 캔을 파는 곳은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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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은 많이 안 찾아도 될 것 같다. 별로 쓸 일이 없다. 물건 파는 데도 별로 없고 웬만해서는 카드가 된다. 두 명이서 1,000 솜(한국돈 16,000원) 정도는 길거리 기념품 사는 용으로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면 될 것 같다. 길거리 상점에서도 QR코드 결제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안 써봐서 모르겠다.


로밍은 적은 용량으로 하는 게 낫다. 어차피 안 되는 지역이 너무 많다. 하루라도 연락이 안 되면 안 되는 직업이면 안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높은 지역으로 가면 아침, 저녁뿐만 아니라 낮에도 춥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한여름 기준으로 바람막이로는 부족하다. 한국에서 열대야가 한창일 때에도 전기장판이 필요할 수 있다.


먼지가 많다. 비포장길이 많아서 그렇다. 그렇다고 차가 엄청 드물게 다니는 것도 아니다. 미세먼지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굵은 먼지가 많다. 길가만 아니면 괜찮긴 하다.


물 때문에 고생일 수 있다. 물 살 데가 없다. 물은 있을 때 쟁여둬야 한다. 구글맵에서 가까운 슈퍼를 검색했더니 차로 2시간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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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은 결국 공항에서 다 팔긴 한다. 공항에서는 꿀 빼고 싼 게 별로 없다. 근데 꿀 말고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기는 하다.


뭐가 좋다, 뭐가 안 좋다는 말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 인터넷 글에서 '뭐가 유명해서 샀어요' 내지는 '뭘 꼭 사야 된대요'라는 것도 어차피 다들 처음 사 본 것들이다. 한국사람 취향에 뭐가 맞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정도로 정보의 양이 많지 않다. 그냥 랜덤이라고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하다.


음식 맛이 나쁘지는 않은데 확 당기지도 않는다. 특별히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다 싶은 게 간혹 있긴 하다.


화장실이 많이 불편하다. 더럽고 깨끗하고를 떠나 그냥 공중 화장실이 드물다. 유료화장실은 10 솜 정도 한다. 현금이 없으면 곤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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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대부분을 차 안에서 이동으로 보낸다. 장기여행이라면 그렇게 이동해서 오래 머무를 수 있겠지만 일주일 이내 단기여행이라면 그거 잠깐 보려고 이 먼 길을 이동했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일주일 이내의 여행이라면 불편한 항공편을 이용해 쌓인 여독이 풀릴 때쯤이면 다시 한국에 가야 한다.


중간 나이대, 그러니까 한 3~40대 여행자가 별로 없다. 거의 20대 아니면 60대다. 산악회에서 많이 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한국인 중에는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이 꽤 많다. 공항에서부터 비행기 안에서도 술판을 벌이고 주사를 부린다. 키르기스스탄을 갈 때 유독 한국인의 술판이 눈에 띄는 이유는 아무래도 산악회 비중이 높아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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