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법률 AI, 슈퍼로이어(롱폼) 후기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저는 업무에 AI를 많이 활용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들은 변호사 업무에 활용하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참고 정도로 하기에도 민망한 성능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더니 이제는 야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뿐만 아니라, 가끔은 어쏘 한 명 고용하는 것보다 낫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법률에 특화된 AI보다는 Chat GPT를 유료로 구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법률 AI의 성능이 "이 돈을 주고 구독할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매우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제 브런치스토리에서 유류분 계산을 가지고 테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 Chat GPT는 물론 국내 법률 AI는 모두 유류분 계산에 실패하였습니다. 지금 Chat GPT는 유류분 계산을 잘 해낼 뿐만 아니라, 아예 계산 프로그램까지 척척 만들어 줍니다.


얼마 전 국산 AI서비스인 슈퍼로이어에서 롱폼 문서작성 기능을 출시해서 무료로 사용을 해 봤습니다. 롱폼은 Chat GPT로 따지면 캔버스와 같은 기능입니다. 요청한 대로 문서를 작성해 띄워주고 그 화면을 보면서 수정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컴에서 HWP에 이런 기능을 넣어줬으면 싶습니다만, 왜 구현을 못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슈퍼로이어의 롱폼 기능을 써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초안 작성에 매우 훌륭하다.


몇 가지 문서 파일을 주고 요구사항을 적어 항소이유서 작성을 요청하자 곧바로 문서가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 추가질문에 적당히 답변을 하자 그 답변까지 반영한 항소이유서 초안이 작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작성된 항소이유서는 초안으로써 굉장히 훌륭한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그대로 제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디테일한 사건의 내용에 대해서 추가해야 할 것이 많고, 또 현실적인 부분까지는 반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논리 구성이 탄탄해서 여기서 좀 고치고 살만 붙여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흔히 '목차'라고 하는 뼈대만 잡아줘도 서면 작성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몇 가지 사건으로 테스트를 해 보니, 이 정도 목차면 조금만 수정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형 법률문서 생성


챗GPT의 가장 큰 단점이 한국형 문서에 극히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문서는 개조식으로 작성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책처럼 줄글만으로도 작성하지 않습니다. 챗GPT에 프롬프트를 열심히 고쳐서 작성을 해도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개 힌트와 도움만 얻을 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초안을 작성해 달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슈퍼로이어 롱폼에서 만들어낸 문서는 적어도 문서의 형식을 그래도 가져다 써도 될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진짜로 있는 판례


챗GPT의 가장 큰 단점이 없는 판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링크를 걸어달라고 하면 그나마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긴 합니다. 슈퍼로이어에서 생성된 문서에 있는 참조판례는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판례이고, 별도의 사이트를 이용할 필요 없이 링크를 클릭하면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슈퍼로이어는 굉장히 유용하고 좋은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사용해 보니 몇 가지 단점이 있었습니다.


파일 수 제한


대화에 추가할 수 있는 파일 수가 5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왜 굳이 파일 수로 제한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참조하게 만들고 싶은 파일이 6개면 파일 2개를 합해야 합니다. 모든 사건 기록을 하나의 파일로도 만들 수도 있는데, 왜 굳이 많은 제한 중에 '파일 수'를 택했는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대화 수 제한


다른 AI도 대화의 수를 제한하는 때가 많은데, 슈퍼로이어는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으로 월 150건(문서활용 대화 일 10건)으로 제한이 있습니다. 두 배 정도 비싼 프로페셔널 요금제는 월 300건의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AI를 통해 한 번에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요청하고 또 요청해야 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월 150건, 300건은 너무 적습니다. 문서활용대화가 일 10건이면 기껐해야 사건 1~2건 정도를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수요층이 워낙 적어 이용요금이 비싼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가격에 비해 대화 가능 개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드라이브 용량이 2G, 10G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하급심 판례 인용


결과물이 웬만하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하급심 판례를 인용합니다.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도 될 사건을 굳이 하급심 판례를 인용하고 있어서, 그 하급심 판례는 어떤 판례를 인용했는지를 한 번 더 찾아보게 됩니다. 대법원 판례에 없어서 하급심 판례를 인용한다면 모를까 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그 하급심의 사실관계가 너무 달라서 인용하기에 적당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급심 판례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것은 매우 좋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인용하지 않는 하급심 판례를 위주로 인용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 월 6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고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라고 봤을 때, 저는 한 시간 상담비도 안 되는 돈으로 이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생성된 서면에 여전히 수정할 곳이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논리적 구조는 오히려 웬만한 인간 변호사가 쓴 서면보다 더 탄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https://mylaw.k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즘 쓰는 필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