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글을 보았다면 이혼을 한다고 하여 항상 위자료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하였을 것이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자(유책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손해배상금이다.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을 ‘위자료’라고 하기 때문에 위자료 사유는 곧 이혼사유와 같다고 보아도 된다.
민법 제840조에서는 이혼 사유를 6가지로 보고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위 여섯 가지 사유는 매우 넓게 해석될 수 있다. 가령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직관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내 경우가 위 여섯 가지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지, 혹은 해당하지 않는지는 다른 사건에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였는지를 가지고 가늠해볼 수밖에 없다.
A는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늦은 밤마다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아내는 베란다나 화장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그저 '시끄러워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의심이 갔다.
하루는 또 늦은 밤에 전화가 왔고, 아내는 전화기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베란다 문에 귀를 대고 들어 보니 아내는 깔깔 웃으면서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고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는 '자기'라고 하였다. 틀림없이 외도를 하는 것이었다.
몹시 화가 났지만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당황스러웠기도 했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저녁 회사 일을 마치고 귀가하여 "할 얘기가 있다"라며 아내를 불렀다. 아내에게 "내가 어제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사실대로 말하라고 차분히 말했다. 아내는 처음에는 당황하였으나 이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성관계가 없었다고 하였다.
A는 더 이상 아내를 신뢰할 수 없어 이혼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부정한 행위란 ‘외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 "간통죄도 폐지되었는데 위자료를 줘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으나, 요즘에는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러한 질문은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성관계한 사실은 증거가 없는데 그래도 위자료가 나오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부정행위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이다. 간통은 성관계를 전제로 한다. 과거 간통을 형사 처벌하였을 때에는 ‘성관계’가 증명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성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면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도 부정행위를 증명하는 데 성관계까지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20년 전에도 그랬고 50년 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형사 소송과 이혼 소송은 다른 것이다.
본인의 사례가 부정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실제 사례에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였는지를 보고 가늠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부정행위를 인정한 경우
이성과 방에서 같이 자고 새벽에 나가는 일이 더러 있었던 경우
가까이 지내던 부부 중 아내가 식당을 개업하자 식당에 자주 드나들며 식당에 딸린 방에 수십 분씩 함께 들어가 있거나 서로 껴안고 있다가 타인에게 목격되기도 한 경우
고령과 중풍으로 정교 능력이 없는 자가 이성과 동거한 경우
아내가 주소지인 서울을 벗어나 인천의 여관에 투숙하여 밤 11시경 팬티만 입고 앉아 있고, 다른 남성이 팬티 차림으로 욕실에 들어가 있다가 발각된 경우
다른 여성과 동거를 하면서 그 사이에서 1남 2녀를 낳은 경우
새벽 1시에 남편이 밖에 나간 사이 다른 남성을 불러 이불을 깔고 누운 채 돈을 빌려달라고 소곤거린 때
부정행위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
카바레에 춤을 추러 갔다가 그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친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대천에서 서울을 갈 때 그 남자와 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동행한 때
아내가 다른 남자와 식사를 하거나 카바레에 출입하고, 그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귀가한 사실은 있으나, 남편이 요구하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다른 남자와 둘이서만 다닌 것이 아니라 친구 등 다른 사람과 함께 다닌 것인 때
위와 같은 몇 개의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부정행위, 즉 외도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성행위를 꼭 증명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실제로 성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단순히 동행한 것만으로는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배우자가 외도를 하였어도 사전에 동의를 하였거나 사후에 용서를 한 때에는 이를 이혼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 또 부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있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된 때에는 주장할 수 없다.
실제로 부부로 세 딸을 낳고 동거 중 가끔 아내를 구타하다가 다른 여자를 데려다 동거하며 약 10년 간 한 집에서 동거한 사례에서 남편은 아내가 용서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남편의 부정행위를 인정하였다. 즉, 배우자가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이혼을 청구하지 않고 참고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부정행위를 용서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약혼 단계에서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이 사례에서 실제로는 약혼 단계에서 다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하여 낳았는데 그 아이를 남편의 아이라고 속인 경우에는 ‘기타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하였다.
배우자의 외도는 이혼 사건에서 매우 자주 있으며, 문의도 자주 받는다. 그런데 단순히 정황만으로는 부정행위로 인정받기 어려운 때가 많다. 가령 늦은 밤에 이성으로부터 전화나 카톡이 몇 번 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걸려오는 전화를 받은 것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회사 동료와 단 둘이 늦은 저녁에 한 번 술을 마신 경우, 회사의 직원에게 친근하게 반말을 한 경우, 배우자 몰래 야한 동영상을 본 경우에도 부정행위라고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며 연인 사이에 주고받을 법한 대화를 주고받았다거나, 카카오톡으로 서로 자주 애정표현을 하였다면 부정행위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자주 나오는 증거
증거를 보면 어떠한 경우에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되고 또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료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부정행위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증거는 사진,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자동차 블랙박스, 카드 사용내역, 통장 거래내역 등이다.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 예를 들면 흥신소를 시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 불법 위치추적기를 사용한 결과 내역을 제출하는 때도 있으며, 드물게는 정액반응 검사 결과가 제출되는 때도 있다.
사진은 대개 함께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나 모텔에 들어가는 것부터 단순히 친밀한 정도를 넘어 연인 사이에나 가능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 둘이서만 함께 여행 가서 촬영한 것 등이 많이 나온다. 요즘에는 배우자를 미행하여 촬영하는 경우는 많지는 않은데 그냥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는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하여 받는 것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요즘엔 대개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알게 되어 이를 촬영하거나, PC용 카카오톡에 접속하였다가 알게 된 때가 많고, 가끔 휴대전화를 훔쳐다가 포렌식을 의뢰하여 결과를 받기도 한다.
자동차 블랙박스로는 위치와 시간, 대화 내용을 모두 알 수 있어서 자주 등장하는 증거다. 비슷한 방법으로 내비게이션의 최근 검색기록을 확인하기도 한다.
요즘엔 대부분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결제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내역이나 체크카드를 쓰면 통장 거래내역으로 언제 어디에서 있었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늦은 시간에 자주 결제를 하고 있다면 의심을 할 수 있다. 모텔에서 결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신용카드를 결제한 시간과 매장의 위치를 파악하여 상대방의 동선을 추정하는 방법도 활용된다.
또 아주 많은 경우에 자녀에게 부정행위가 발각된다. 자녀가 성인이라면 법원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는 때도 있다.
증거에 대해서 굳이 언급한 이유는, 배우자를 의심하라고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부정행위는 안 들키기가 어려우니 애초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형사사건과 달리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으나, 다만 그것으로 인하여 역으로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야 한다.
B는 결혼한 지 벌써 50년이 다 되어 간다. 스무살 때 남편을 만나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남편은 돈을 잘 벌어오지 않았다. 돈을 벌어오기는커녕 하루가 멀다하고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와서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손찌검을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외도는 기본이었다.
남편보다는 세 아이 때문에 살아 왔다. 나이가 들자 남편은 예전같이 주정을 부리고 싶어도 힘이 없었다. 그저 집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잠이 들었다. 남편은 20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땅 하나를 상속 받았는데, 최근 주변이 개발되면서 50억이 되었다. 남편은 그 땅을 팔아 건물을 사겠다고 했다.
B는 이번에 건물을 살 때는 내 이름도 넣어서 공동명의로 해 달라고 하였다. 그저 이름뿐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아이 셋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한 대가로 그 정도는 받아야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남편은 어디서 공사장에서나 쓰는 '오함마'를 가져와 집안 물건을 부수더니 죽일 듯이 쫓아왔다.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딸네 집으로 도망나왔다.
이후 남편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집에 들어오면 죽여버리겠다"면서 갖은 욕을 다 하였다.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남편은 결국 자기 명의로 건물을 샀고 세를 놓았다. 근처 부동산에 물어보니 대출 이자를 빼고도 한달에 2,000만 원은 족히 나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딸네 집에서 1년을 보내었다. 사위는 아무 걱정말고 계속 계시라고 하고 잘 해주었지만 B 스스로가 눈치가 보였다. 남편에게 전화하여 "딸네 얹혀살기도 힘드니 생활비로 50만 원씩만 보태달라"고 하였다. 대답대신 욕만 얻어 먹었다.
‘악의의 유기’라는 말이 다소 어렵지만, 판례에서는 보통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 부양, 협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실제 소송에서는 무단가출을 하거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악의의 유기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혼인관계가 파탄이 되었으면 서로 별거하는 때가 많고, 이후로는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이혼 사유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는 혼인 파탄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악의의 유기가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대개 ‘다른 살림’을 차리는 경우이거나, 배우자가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소득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출하여 연락을 끊어버린 경우이다. 요즘에는 흔치 않으나 간혹 배우자를 일방적으로 내쫓은 경우도 있는데, 이때 내쫓긴 배우자가 정상적인 소득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경우(가령, 고령이어서)라면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간혹 남성우월주의 또는 가부장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성은 생활비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생활비나 양육비는 부부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양육하거나 가사 활동으로 인하여 부부 중 한쪽이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특히 아이가 아주 어린 경우라면 부부 중 한쪽이 아이를 전담하여 양육하고 다른 한 명만 소득활동을 하는 때가 많다. 이 경우에는 여성, 혹은 남성이기 때문에 생활비를 받거나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은 돈을 벌어오고, 한 명은 양육과 가사를 하는 것으로 서로 일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아니고, 한쪽이 가사를 전담하기로 협의한 것도 아니라면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악의의 유기’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라는 것을 이혼의 사유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생활비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부부의 부양의무는 특정한 성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아내와 남편 모두가 상대방에 대해 부양의무가 있는 것이다.
한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려면 일시적인 가출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되어야 한다. 부부가 다투다가 일시적으로 아내가 친정집에 가거나 남편이 본가에 가는 일을 가지고 악의의 유기라고 할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 악의의 유기를 인정했는지 아닌지 역시 판례를 보면 대강 가늠해볼 수 있다.
악의의 유기를 인정한 경우
상대방은 내쫓거나 나가지 않을 수 없게 한 다음 돌아오지 못하게 한 경우
상대방을 집에 두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
악의의 유기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의 폭언,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경우
가출하였더라도 부부 공동생활을 폐지할 의사가 없는 경우
C는 이혼을 원한다. 사실 남편에게 큰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서로 더 이상 애정이 없었고 같이 사는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었지만 남편은 아들이 결혼할 때까지는 이혼할 수 없다고 하였다. 아들은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C는 변호사를 찾아갔다. 변호사는 특별히 사유가 없어서 법원에서 이혼을 받아줄 것이라고 확답을 줄 수 없다고 하였다. C는 "내가 이혼을 하고 싶은데 사유가 필요하냐"고 하였지만, "남편이 거부하면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C는 그날부터 핑계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이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귀가하였다. C는 남편을 따라다니면서 계속 '뭐 하고 이 시간에 왔는 지'를 추궁했다. 회식을 하고 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자를 만나고 온 거 아니냐'며 따져물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씻으러 갈 때도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 남편은 "그만 좀 하라"며 C를 밀쳤고, C는 일부러 식탁 모서리로 넘여져 팔뚝에 작은 상처를 냈다.
C는 바로 112에 전화하여 "남편이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린다"며 신고하였다. 곧 경찰이 와서 자초지종을 물었고, 깨어 있는 아이에게도 진술을 들었다. 그 후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였는지 그대로 돌아갔다.
다음 날 C는 병원에 가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 후 바로 집을 나왔고, 법원에 이혼 소장을 접수하면서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직계존속은 시부모, 장인, 장모 등을 말한다.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의 심히 부당한 대우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배우자로부터 폭행, 학대 또는 모욕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는 배우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우에 많이 주장한다. 요즘에는 폭행을 당한 경우 112에 신고하는 때가 많아 경찰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여 ‘112 신고 사건 처리결과 내역서’등을 제출하거나, 폭행을 당한 사진, 상해진단서를 제출하곤 한다.
폭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전혀 모르는 남에 대한 폭행도 문제지만 특히 부부 사이라면 더더욱 폭행은 해서는 안되고 더욱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과 위자료 사유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즉, 부부 사이의 폭행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기는 하나, 이것이 이혼 또는 위자료를 지급할 사유인지는 구체적인 사정을 보아야 알 수 있다.
즉, 이혼 사유는 ‘심히 부당한 경우’이지 일반적인 ‘부당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배우자나 시부모, 장인, 장모가 부당하게 대우하였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관계가 파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심히 부당한 대우로 본 사례
다른 여자를 만나서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고 유학자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하여 수차례 폭행한 경우
혼인 초부터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트집을 잡아 학대를 하고 이혼을 요구하여 왔고,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자살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자살한다고 농약을 마시는 소동을 벌인 경우
남편이 처와 제2자와의 관계가 결백함을 알면서도 처를 간통죄로 고소하고, 제3자 등으로 하여금 간통사실 등에 관하여 거짓 진술을 하도록 부탁한 경우
지참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계속 구타하여 상처를 입히고, 친가 아버지에게까지 행패를 부린 경우
남편이 처의 춤바람과 남녀관계를 추궁한 데 대하여 남편이 심한 의처증 증세를 나타내는 정신병자가 아님에도 처가 남편을 정신병자로 몰아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강제로 보내기 위해 납치를 기도하고, 수업 중인 학생들 앞에서 수갑을 채운 경우
혼인 전에 사귀던 사람을 못 잊어 배우자를 학대하고, 7년간 배우자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과 폭행을 일삼아오다가 나중에는 배우자가 10여 일 동안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폭행을 가한 경우
심히 부당한 대우로 보지 않은 사례
남편이 전에 제기하였던 이혼 심판청구가 기각된 후에도 다른 여자와 가까이 지내면서 처와 재화합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자, 처가 남편에게 여러 차례 욕을 하고 작장으로 남편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거나 직장으로 전화를 하여 비방한 경우
처가 가정에 불성실한 탓으로 남편과 불화가 심화되던 중 남편으로부터 몇 번 구타를 당하여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경우
아내가 타인과 간통을 하여 구속된 뒤, 남편이 자식들의 장래를 위하여 고소를 취하하여 풀려났으면서도 집안일을 돌보지 않고 자주 가출을 하자,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여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히고 자식들 앞에서 모욕적인 말을 한 경우
가정불화의 와중에서 서로 격한 감정에서 몇 차례 폭행과 모욕적인 언사가 있었는데 비교적 경미한 경우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여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힌 것이 무정자증으로 생식불능이라는 검사 결과로 인하여 충격을 받아 약간 신경질적이 된 남편을 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편의 성적 기능, 경제상태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이혼을 선언하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린 아내를 찾아가 귀가를 종용하였으나 이에 불응하여 일시적인 격한 감정으로 구타한 경우
처가 혼인 생활 중에 취득한 부동산을 남편의 이름으로 등기하거나 남편이 어려운 생활환경 하에서 음주하여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부부가 다투던 중에 다소 모욕적인 언사나 약간의 폭행을 한 경우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로 볼 때 위의 사례에서는 C는 위자료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위자료는 물론 재판과정에서 C가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하여 일부러 남편의 잘못을 유도해 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이혼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직계존속(아버지, 어머니)이 배우자로부터 혼인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심한 폭행, 학대 또는 모욕을 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많이 나오나, 경험상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부모나 장인 장모에게 단순히 대들었다는 사실은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배우자가 살아있는지 여부를 전혀 증명할 수 없는 상태가 3년 이상 계속된 경우를 말한다. 이는 실종 선고와는 관계가 없다. 실종선고로 혼인이 해소되면 후에 배우자가 살아온 경우 실종선고 취소를 통해 혼인관계가 부활하지만, 생사불명을 이유로 이혼이 확정되면 배우자가 살아 돌아오더라도 혼인이 부활하지 않는다.
판례에 따르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혼인의 본질인 원만한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것을 말한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지는 혼인파탄의 정도, 혼인 계속 의사의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당사자의 책임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이나 그밖에 혼인관계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한다.
매우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사유가 위에서 말하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이러이러한 경우 이혼사유가 된다’라는 판결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경우도 비슷하니 이혼사유가 되지 않겠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스나 인터넷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사실관계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가령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경우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례도 있지만, 이를 거부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 즉, 단편적인 사실관계 하나만을 가지고 따질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이 벌어지게 된 맥락을 보아야 한다.
중대한 사유로 인정한 사례
유부녀 강간, 현금 강취와 같은 파렴치 범죄
합리적 이유 없이 남편과의 성행위를 거부하고 결혼생활 동안 거의 매일 다른 남성과 전화통화를 한 경우
성적 불능
불치의 정신병
지나친 신앙생활
상습 도박
남편의 독선과 권위의식, 의처증으로 인하여 혼인이 파탄된 경우
별거 상태가 약 46년간 지속되어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가 고착화된 경우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정신병 증세가 있으나 그 증상이 가벼운 정도에 그치거나 회복 가능한 경우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나 치료를 받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경우
출산불능
부부가 이혼에 합의한 사실이 있는 경우
그런데 이러한 '기타 중대한 사유'는 이러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이를 이혼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사유가 이혼 심판청구 당시까지 계속되고 있다면 위 기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