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결혼한 지 26년이 되었고, 아이들도 다 성인입니다. 결혼해서 애들 키우느라고 몇 년 집에 있었던 것을 빼면 거의 대부분 맞벌이를 했고요. 이혼하면 위자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변호사 : 이혼 사유가 무엇인가요?
A : 특별히 사유가 있다기보다는 성격 차이가 너무 심해서 이미 진작에 이혼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다 크고 해서 이혼하려고 합니다.
변호사 : 이런 경우라면 위자료는 받을 수 없습니다.
B : 사실 제가 얼마 전에 다른 남자랑 바람피운 것은 남편에게 들켰습니다. 저는 잘못을 빌고 그냥 같이 살고 싶은데 남편이 이혼을 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해야 할 상황인데요. 그동안 모은 재산이 없어서 월세 보증금 1,000만 원밖에 없는데, 남편에게 위자료를 달라고 하였더니 남편이 싫다면서 그냥 저보고 나가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호사 : 남편분이 다른 금전적인 요구는 하지 않나요?
B : 네. 협의이혼을 하고 서로 위자료든 뭐든 서로 소송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 저는 빈 몸으로 나가라는데 억울합니다.
변호사 : 부부 재산이 1,000만 원이 전부라면 남편분 말대로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소송을 해도 분할받을 수 있는 재산보다 남편분께 줘야 하는 위자료가 더 많을 것이고, 변호사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B : 제가 위자료를 받는 게 아니라 남편에게 줘야 한다고요?
변호사 : 다른 남자를 만난 것 때문에 이혼이 되는 것이니까요. 남편분도 외도를 하였거나 폭행을 하였다거나 아니면 다른 잘못이 없는 한 B 씨가 남편분에게 위자료를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B : 저는 그럼 방법이 없는 것인가요?
변호사 :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남편분 말대로 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혼을 하면 위자료를 받는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유책배우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돈이다. 손해배상이라고 보면 된다.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지, 지급받아야 하는지의 문제는 성별의 문제도 아니고, 재산이 누구의 명의로 되어 있는지의 문제도 아닌, 순수하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주로 누구에게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혼을 하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고, 배우자의 외도와 같이 결정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이런저런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가, 도저히 더 이상 같이 살기 어려워서 이혼을 결심하는 때가 많다.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는 때도 많겠지만, 그저 서로 ‘안 맞아서’ 이혼하는 때도 많다. 그래서 배우자의 이런저런 흠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그 흠이 ‘불법’이냐, 혹은 '위자료를 지급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냐'라고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때가 많다. 이때에는 위자료를 받기 어렵다.
위자료는 이혼 소송과 같이 해도 되지만, 협의이혼을 한 경우에도 따로 소송을 하여 청구할 수도 있다. 이혼뿐만 아니라 혼인의 무효, 취소를 구하는 때에도 청구할 수 있다. 위자료는 손해배상의 일반적인 원칙대로 과실상계의 규정이 준용된다. 즉 상대방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지만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상대방이 지급할 위자료에서 상계할 수 있다. 책임이 서로 비슷하다면 지급받을 위자료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실무적으로 양쪽의 위자료를 산정한 후 상계하는 방식으로 하지는 않고, 위자료 금액을 적절히 감액해서 판단하거나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다는 취지로 판단한다.
경험상,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때는 한쪽 잘못이 너무도 명백한 경우로, 대개 외도나 폭행이 있는 때이고, 특이한 사건이 아닌 이상 위자료 판결은 잘 나오지 않는다.
한 번은 의뢰인에게 진술서를 써 달라고 하였더니 워드로 A4 50매 분량을 써서 보내왔다. 다 읽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고,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재산 얘기가 없었다. 의뢰인에게 전화해서 "재산내역을 아시는 것만이라도 알려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진술서에는 빠져 있네요?"라고 하자, 그분은 "다른 할 말이 많아서 못 썼습니다. 나중에 보내드릴게요"라고 하였다.
결혼기념일에 술을 먹고 들어왔다거나, 자기 부모님한테는 용돈을 50만 원 드렸는데 우리 부모님한테는 30만 원만 드렸다거나, 3년 전에 잠꼬대를 하면서 전에 사귀던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거나 하는 식의 사연은 본인에게는 아주 서운하여 꼭 소송에서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으나,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가 이혼의 원인이 되는 사유여야 한다. 배우자가 외도를 하여 이혼을 하게 되었다거나, 배우자가 폭행을 하여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사유가 될 수 있어도, 가령 배우자가 겁이 많아서 놀이기구를 못 탄다는 사실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경우에 실제 위자료 청구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시시콜콜한 흠집을 잡아 소송에 제출해 주기를 원한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위자료가 나오지 않을 사건인데도 실제로 판결에 위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변호사가 해야 할 주장을 다 하지 않아서 소송에서 졌다'라고 할까 봐 의뢰인이 써 달라는대로 다 써 줄 수밖에 없다.
부부의 재산이 적어서 위자료가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은 것이 아니라면,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가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닐 때가 많다. 상대방의 잘못을 판사가 인정해 준다고 해서 감정적으로는 좋을 수 있겠으나, 사실 감정에 치우치다가 정작 챙겨야 할 것은 제대로 못 챙기고 위자료 역시 못 받을 때도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장래도 문제이지만, 이혼 후에는 결국 둘 중 하나는 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고, 다른 한쪽은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제일 많이 주는 문제다.
그다음은 재산분할이다. 혼인 기간이 아주 짧거나 서로 모은 재산이 너무 적어서 재산분할이 별로 의미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위자료로 1,000~2,000만 원을 받는 것보다, 재산분할로 10~20%를 더 받거나 덜 주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라고 하는 때가 많은데, 소송에서는 그 문제를 돈으로 환산한다.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그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다지 중요한 사유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위자료 판결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혼 소송은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의미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이혼 이후에 각자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한다. 본인이 겪어왔던 억울함에 대해 판사가 글자 몇 개 적어준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보다는 앞으로 어떠한 재산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아이들을 누가 키워야 할지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믿기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위자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남자가 되었건 여자가 되었건 이혼을 하면서 주고받는 돈을 ‘위자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언론이나 TV 드라마를 보고 생긴 오해인 것 같다.
지금도 검색되는 뉴스인데, 2020년 7월 경 많은 매체에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혼을 하면서 아내인 매켄지 스콧에게 ‘위자료’로 아마존 주식의 40%(약 40조 원)을 지급하였고, 매켄지 스콧은 이 중 2억 원 정도를 기부하였다는 뉴스를 보도하였다. 그런데 BBC 뉴스를 확인해보니 위 금액은 위자료가 아니라 ‘합의금’이었다.
위자료와 합의금은 전혀 다른 성격의 돈이다.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이고, 합의금은 명목이야 어찌 되었건 당사자끼리 지급하기로 합의하여 받는 돈이다.
만약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받으면서, ‘사장님이 김밥을 만드느라 정신적인 고통을 받으셨을 테니 3,000원을 받으세요’라며 돈을 건네었다면, 김밥 값은 따로 주겠다는 의도로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혼을 하면서 위자료를 얼마 주고받기로 하였다면, 이는 이혼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따른 금액이지, 재산분할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
위자료와 합의금을 혼동하는 습관은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A와 B가 이혼을 하면서 A가 B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합의를 하였다면, A와 B사이에서는 재산분할에 관하여는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혼이 성립한 이후라도 2년 내에는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
만약 A가 B와 이혼을 하면서 위자료든 재산분할이든, 혼인관계를 청산할 의도로 합의를 하면서 ‘B에게 위자료로 얼마를 지급한다’라고 하였을 때, 후에 B가 재산분할 청구를 한다면, 합의 당시에 ‘위자료’가 실제로는 ‘위자료’가 아니라 ‘재산분할금’ 또는 ‘위자료 및 재산분할금'이었다는 점은 A가 증명하여야 한다.
실제로도 위와 같은 일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혼 상담을 하면서 ‘이 사건은 위자료를 청구하기 어렵습니다’라고 답변을 하면, ‘그럼 저는 빈손으로 나와야 하나요’라는 반응이 나올 때가 많다. 이혼을 하며 주고받는 돈을 모두 ‘위자료’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