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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자 소송과 게임이론: 전략이 법리와 만날 때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상간자 소송은 배우자 외의 제3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이다. 가정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그 상대로부터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로는 상대방의 형사책임을 묻는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실제로 상간자 위자료 소송에서 인정되는 금액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수천만 원대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관계를 지속했다는 점과 혼인관계의 파탄 정도를 법원이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하다.


게임이론은 상호 의존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에 관한 수학적 이론으로서, 개인이나 기업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결과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의 행동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에서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연구한다. 즉, 우리 행동이 타인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고, 그 반응이 다시 우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다.


미국 한 대학의 수업 블로그에서는 ‘부정 행위 게임’을 간단한 2인 게임으로 설명한다. 남편은 ‘공개적으로 바람을 피운다’ 혹은 ‘몰래 바람을 피운다’라는 두 가지 전략을 갖고, 아내는 ‘무시한다’와 ‘잡아낸다’라는 두 가지 전략을 갖는다. 두 사람이 서로의 반응을 고려할 때, 어느 한 쪽이 항상 유리한 한 가지 전략을 택하는 ‘순수 전략 내시 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두 참가자 모두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각 전략을 일정 확률로 섞어 선택하는 ‘혼합 전략 균형’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외도 행위에 대한 주도면밀한 감시와 무작정 방임 사이에서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균형을 찾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상간자 소송의 현실에서도 비슷한 전략적 고려가 작동한다. 부정 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와 제3자는 상대방 배우자가 이 사실을 알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하려 한다. 증거 확보와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 관계를 끝낼지 지속할지에 대한 선택, 사과와 합의를 시도할지 버틸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얽혀 있다.


피해 배우자 역시 소송을 제기할지, 이혼이나 별거를 선택할지, 합의를 통해 마무리할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게임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각 참가자는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정신적 위로, 경제적 배상, 사회적 평판)을 최대화하려 하고, 타인의 대응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조정한다.


예컨대, 피해 배우자가 강력하게 대응할 의지를 보이고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상대방은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합의금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피해 배우자가 소송 부담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면, 제3자는 위자료 청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관계를 계속하거나 책임을 부인할 수 있다. 이런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게임이론의 ‘협상 게임’이나 ‘치킨 게임’과 같은 모델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인간관계와 법률 문제는 단순한 수치화가 어렵고, 감정과 윤리가 개입되기에 실제 행동은 이론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어떤 선택지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선택이 자신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차분히 따져보는 태도는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상간자 소송은 법률적 문제이지만 전략적 선택의 연속이기도 하다. 게임이론은 부정 행위와 소송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호의존적 행동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은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모델일 뿐이며, 현실의 사건에서는 구체적 증거와 법리, 당사자의 감정과 가치관이 중요하다. 만약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고민하고 있다면 혼자서 전략 게임을 벌이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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