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서 작성에 ChatGPT를 많이 활용한다.
내가 작성한 문서를 GPT에게 교정을 맡기면 꽤 깔끔하게 정돈해 준다. 물론 틀리고 어색한 부분도 있고, 빼먹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자꾸 생략하기 때문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재검토 과정에서 GPT가 내가 쓴 문장을 어떻게 고쳤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내 언어 습관도 알게 된다.
나는 "명사+하다"의 합성어인 동사보다 "명사를 하다"라고 표현하는 습관이 있다. 가령 "생각하다"라고 해도 되는 것을 "생각을 하다"라고 쓴다. 느낌의 차이가 있으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간결하지 않다.
사과를 하다
용서를 하다
주장을 하다
구박을 하다
말을 하다
대화를 하다
폭행을 하다
협박을 하다
이런 표현은 그냥 하나의 동사로 쓸 수 있다.
사과하다
용서하다
주장하다
구박하다
말하다
대화하다
폭행하다
협박하다
GPT는 나보다 간결하게 쓴다. 가령,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원인'을 '혼인 파탄의 원인'이라고 고친다.
그런데 GPT에 전적으로 의지하면 안 되는 것이, 간결하지 않아야 할 부분도 간결하게 처리할 때가 있다. 가령 "원하지 않았지만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다"를 "성폭행을 당했다"로 표현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AI가 아닌 인간이 보기에는 좀 다른 얘기가 아닌가 싶다.
문학소년 내지는 문학청년 시절에는 내 문장이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등단해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나 선배의 말을 들어봐도 확실히 법 공부를 하면서 내가 쓰는 문장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이쪽 업계에서만 쓰는 표현에 오염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GPT는 법 공부로 오염된 문장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