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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난민생활,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나는 요즘 ChatGPT와 제미나이를 서로 번갈아 가며 구독했다 취소했다를 반복하고 있다.


ChatGPT의 구독을 취소하고 제미나이로 옮겨갔던 가장 큰 이유는 할루시네이션 때문이었다. ChatGPT가 자꾸 법률적 근거 없는 이상한 답변을 하는데, 적어도 한국 법률 분야에서는 할루시네이션이 이전 버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이에 비하여 제미나이는 할루시네이션이 좀 적은 것 같았고, 특히 동영상이나 음성 파일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사고 동영상을 올리면 이를 분석해주기도 하고, 프레임으로 분할해 주기도 했다. 동영상을 생성하는 것도 ChatGPT보다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속도도 빨랐다. 코딩도 더 빨랐다.


그런데 제미나이는 처음 생성은 잘하는데, 고치는 걸 잘 못했다. 가령 이미지를 하나 만들었는데 사람 팔이 세 개가 나와서 고쳐달라고 하면 여전히 똑같은 그림을 그대로 그려줬다. 한번 만들어진 이미지를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잘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한국어 문장을 교정하는 것도 ChatGPT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비문을 쓰는 경우가 있고, 비문이 아니라고 우기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그게 왜 비문인지를 조목조목 따졌더니 그제야 스스로 비문임을 인정했다.


나는 ChatGPT와 제미나이에게 똑같이 이 문장을 고쳐달라고 했다(개인정보 문제로 일부 문구 생략)


피고는 부부의 장기간 별거가 *** 문제 등이었다는 점에 관하여 제1심 판결을 통해 확인되었고, *** 협의이혼은 원고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으며, 원고는 *** 행위를 한 유책배우자라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제미나이는 이렇게 고쳤다.


피고는 장기간의 부부 별거가 *** 문제 등에 기인하였다고 제1심 판결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주장하고, *** 협의이혼은 원고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으며, 원고는 *** 행위를 한 유책배우자라고 주장합니다.


'~에 관하여'를 고치는 것은 맞았다. '관하여'와 '대하여'를 남발하는 것이 법률가들의 고질병이다. 그런데 제미나이의 문장 자체가 너무 어색하다. 그러다가 몇 번의 말싸움 끝에 결국 문장 중간에 "~하였다고"라는 부사격조사가 나왔을 때 뒤에 용언을 생략하고, 또 다시 부사격조사를 쓴 문구를 쓰면 문장이 어색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ChatGPT는 같은 문장을 이렇게 고쳤다.


피고는 ① 부부의 장기간 별거가 *** 문제 때문이었다는 점이 제1심에서 확인되었고, ② *** 협의이혼은 원고의 강요에 따른 것이며, ③ 원고가 *** 행위를 한 유책배우자라고 주장합니다.


그래 이렇게 고치는 게 자연스럽다.


ChatGPT에 Notebook LM을 넣고, 속도 좀 빨랐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둘 다 쓰기에는 돈이 좀 아깝고, 참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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