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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3,
아직은 변호사가 먹고 살만 하겠다.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이번에 제미나이 3으로 업데이트된 후 성능이 호평을 받고 있다.


전부터 pro를 쓰고 있었지만, 이번 업데이트 이후로는 더 좋아진 것 같다.


수치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면 초안을 작성해 달라고 하거나 교정해 달라고 하면, 챗GPT와 달리 도저히 제출하지 못할 비문이 덕지덕지 나왔는데, 업데이트 이후 나오는 결과물은 웬만한 변호사보다 더 잘 쓰지 않나 싶을 정도다.


챗GPT는 문서 작성은 참 잘했는데 할루시네이션이 너무 심해서, 그저 기존에 작성한 것을 교정하는 것 정도 외에는 활용하지 못했는데, 제미나이 3에서는 할루시네이션이 심하지 않다. 판례나 법령을 잘 인용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한 것 같다.


한국인 변호사로서 이번 업데이트 이후로도 불만인 것 몇 가지를 지적해 보면,



1. 동영상 생성이 이상하다.


결과물만 가지고 보면 괜찮은데, 지시한 대로 잘 만들지는 않는다. 화면과 소리는 그럴듯한데 지시한 것과 다른 결과물이다. 이를 수정하려고 하면 더욱 처참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고민하고 있는 남자"를 주문하였더니(물론 실제 프롬프트는 훨씬 자세하고 길다) 두 손을 머리에 대고 인상을 쓰는 사람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 손으로 턱을 만지는 걸로 바꿔줘"라고 지시하니까 두 손은 그대로 두고 팔 하나가 더 튀어나와 턱을 만지는 영상을 생성했다.



2. 나노바나나는 여전히 수정이 안 됨


이미지 생성은 매우 그럴듯하지만, 유료 사용자에게도 생성량 한계가 너무 적은 것은 큰 불만이다. 속도는 챗GPT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그런데 동영상과 마찬가지고 수정은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수정을 지시해도 여전에 원래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심지어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사이즈를 고쳐달라던가, 흰색 배경을 투명으로 바꿔달라던가 하는 것도 되지 않는다.



3. 복잡한 한국 법령은 여전히 이해 못 함


변호사에게는 희소식인데, 제미나이 3에서도 여전히 한국 법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판례를 찾아달라고 하면 챗GPT처럼 가짜 판례를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관련 없는 판례를 제시할 때가 많다.


변호사라면 쉽게 풀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사례를 질문해 보았다.


원고 a가 3억 원을 주위적으로는 피고 b에게, 예비적으로 피고 c에게 청구하였는데, 주위적 청구만 인용되어 a와 b사이의 소송비용은 b가, a와 c사이의 소송비용은 a가 부담하는 것으로 판결이 나왔음. a, b, c는 모두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음. 이때 c가 a에게 청구할 수 있는 변호사보수는?


약간의 함정이 있지만, 최대 1,140만 원이 정답니다.


제미나이 3 (사고모드)의 답은 이랬다.

무제.jpg


뒷부분을 생략했지만, 근거는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 프롬프트를 넣었다.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내용하고 좀 다른데?


그러자 제미나이 3은 이렇게 대답했다.


무제.jpg


실수는 인정했지만 여전히 답은 틀렸다.


제미나이가 답을 틀린 이유는 2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1%로 계산해야 하는데, 2%로 계산해서였다.

그래서 다시 지시를 했다.


2억 원 초과금액은 1% 아니야?


그러자 제미나이는 이번엔 올바른 답변을 했다.


무제.jpg

(... 중략...)

무제.jpg


세 번 지적 끝에 맞히긴 했는데, 이렇게 검증해야 하면 그냥 내가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제미나이는 여전히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구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가짜 법률정보와 정돈되지 않은 법령체계가 어쩌면 인간 변호사를 AI로부터 방어해 주는 장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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