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이혼시켜 드립니다"라는 달콤한 거짓말에 대하여
상담을 하다 보면 황당한 문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한 의뢰인께서 찾아와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화해권고 이혼'으로 의뢰하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타 법률 사무소나 인터넷 광고를 통해 '화해권고'를 이용하면 복잡한 절차 없이 빠르게 이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신 모양입니다. 마치 식당에서 특정 메뉴를 주문하듯 판결의 형식을 의뢰하겠다는 말씀에, 변호사로서 안타까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화해권고'는 변호사가 여러분께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이는 소송 과정에서 판사가 내리는 직권 결정일 뿐입니다. 이를 마치 특별한 비법인 양 포장하는 것은 절박한 의뢰인을 기만하는 상술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화해권고제도를 활용한 빠른 이혼"을 홍보하는 글들이 넘쳐났습니다. 힘들게 공부해서 법조인이 된 사람들이 왜 이런 꼼수로 의뢰인을 현혹하는지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화해권고결정'이란, 소송 당사자끼리 합의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판사가 "그럼 이 내용대로 끝냅시다"라고 권고하는 결정입니다. 물론 판사는 당사자가 원하면 이 결정을 내려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권한이 100% 판사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변호사가 "이걸로 해주세요"라고 주문장을 넣으면 자판기처럼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법적 절차, 즉 소송은 매우 엄격한 규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변호사가 소장(소송을 제기하는 문서)을 법원에 제출한다고 바로 재판이 열리지 않습니다.
소장 심사: 법원은 인지대 등 비용은 냈는지, 서류 형식은 맞는지 꼼꼼히 따집니다.
송달: 심사가 끝나면 상대방(배우자)에게 소장을 보냅니다.
답변: 상대방이 소장을 받고 답변서를 낼 때까지 기다립니다.
재판 진행 결정: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판사가 재판을 열지, 조정을 할지 결정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소송지휘권'은 오직 판사에게 있습니다. 변호사는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날짜를 정하거나 절차를 건너뛸 권한은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변론기일(재판 날짜) 없이 바로 화해권고를 받아주겠다"고 장담한다면, 그는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을 약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혼 소송을 하려는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남남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소송을 걸어서 합의했다고 하면 숙려기간 없이 바로 이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우회로를 찾는 것이지요.
하지만 법원은 바보가 아닙니다. 우리 법이 협의이혼 절차에 '숙려기간(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을 둔 이유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가정을 깨지 말고 신중히 생각하라는 입법자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법원이 굳이 이러한 입법 취지를 깨가면서 당사자의 편의를 봐줄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로 특별한 사유(이민, 군 입대 등)가 소명되지 않는 한, 법원은 조정 기일이나 재판 날짜를 일부러 늦게 잡습니다. 소송을 하더라도 숙려기간만큼의 시간은 보내게 만드는 것이 실무의 관행입니다. 화해권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변호사들이 이런 잘못된 정보를 주는 이유는, 이혼 소송(가사소송)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돈 문제(민사소송)에서는 판사들이 화해권고를 통해 빨리 사건을 끝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가정의 해체를 다루는 이혼 소송은 다릅니다. 법원은 훨씬 더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민사소송의 논리로 이혼 소송을 쉽게 생각하고 글을 올렸다면, 이는 이혼 전문가로서 자질이 부족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입니다.
특수한 몇 가지 상황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에서 이혼을 가장 빨리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부부가 손잡고 법원에 가서 신청하는 '협의이혼'입니다.
그 외의 지름길은 없습니다. 협의이혼 절차는 변호사가 대리할 수도 없습니다. 변호사는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등 치열한 다툼이 있어 도저히 협의가 안 될 때, 여러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존재입니다. 단순히 '이혼을 빨리 시켜주는 기술자'가 아닙니다.
"초고속 이혼", "속성 이혼" 같은 말에 현혹되어 불필요한 수임료를 낭비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