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Aug 14. 2020

'그분'을 돌려보낸 사연

다행히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예약도 없이 손님이 찾아왔다. 느낌이 좋지 않다.


"변호사님, 누가 저를 도청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 또!...


자주 겪는 일이지만, 그냥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 예전에 다른 사무실에서는 '변'테러를 당하기도 해서사실 좀 무섭다. 잘 달래서 보내야한다.


"네, 도청하고 있는 건 어떻게 아셨나요?"


"TV를 봤더니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어요."


"아, 네. TV 어디에서 따라 하던가요?"


"드라마를 봤는데, 드라마 등장인물들이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어요."


"언제쯤 따라 하던가요? 가령 오늘 하는 말은 내일 따라 하나요?"


"보통 그 날 아니면 다음날쯤인 것 같아요."


"그럼 오늘 우리 상담한 것도 똑같이 따라 하겠네요."


"네, 그럴 거예요."


"그럼 집에 가셔서 오늘 하고 내일 TV를 틀었더니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변호사에게 '누가 도청하고 있어요'라면서 상담하는 게 나오면 다시 오세요."


그렇게 돌려보냈다. 상담비도 안 받았다. 다행히 다시 오지는 않았다. 사실 '그분'들은 종종 오곤 하는데, 어디 변호사가 증인신문을 한 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그분' 수준의 논리는 쉽게 논파할 수 있다. 짧은 상담으로 '그분'의 마음의 병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위 글은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각색되었습니다.

https://mylaw.kr


매거진의 이전글 변호사는 왜 방법이 없다고만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