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un 29. 2021

드라마 <마인> 속 유아인도 심판청구는 잘못되었다

얼마전 TVN에서 <마인>이라는 드라마가 종영되었다. 


드라마 <마인>포스터 / TVN


6월 6일 방송분을 보면 이혜진(옥자연 분)이 서희수(이보영 분)를 상대로 '유아인도 청구 소송'을 청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직 안 본 사람을 위하여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겠지만, 사건본인, 즉 아이는 '한하준'이고, 아이의 친부는 한지용, 친모는 이혜진, 전체적인 맥락상 가족관계등록부상 모는 서희수인 것 같다.


이혜진과 서희수 및 변호사들이 법정에 앉아 있고 방청석에는 기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친부인 한지용이 앉아 있다.  법정에 판사 셋이 들어와 그 중 가운데 앉은 재판장이 말한다. 


"2021즈단OOOOO 유이인도 청구 재판을 시작합니다. 청구인 이혜진, 피청구인 서희수"


틀렸다.


우선 드라마 속 법정은 가사법정이 아니라 형사법정이다. 게다가 유아인도 심판청구 사건은 가사 비송 사건이기 때문에 비공개 재판이고 방청석에 기자나 제3자가 있을 수 없다.


분류기호가 '즈단'인 사건은 가사단독 사건이다. 그래서 판사가 3명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1명이 들어와야 한다.


이혜진이 '청구인'인 것은 맞는데, 서희수는 피청구인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소송에서는 '원고', '피고'라고 부르지만, 이 경우에는 '청구인', '상대방'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가령 서희수 쪽에서 '상대방의 대리인'이라고 말한다면, 이혜진의 변호사가 아니라 서희수의 변호사를 말하는 것이다.


유아인도 심판 청구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한쪽이 다른 한쪽을 상대방으로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부모 이의외 제3자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에는 양육자인 부모와 공동상대방이 될 수 있다.


만약 서희수가 가족관계등록부상 하준이의 '모'로 되어 있다면, 이 사건 청구는 잘못 되었다. 이혜진은 서희수가 아니라 하준이(더 정확히는 하준이의 법정대리인인 서희수 또는 한지용)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어야 한다. 이후 친생자관계의 존재가 확인되면 한지용을 상대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신청을 하면서 유이인도 심판 청구를 같이 해야한다.


서희수가 가족관계등록부상 하준이의 '모'로 되어 있지 않고 그저 한지용의 '처'로만 되어 있다면, 친권자 및 양육자가 한지용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이혜진은 한지용을 상대로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신청을 하면서 유아인도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서희수가 '상대방'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서희수가 하준이의 '모'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혜진이 하준이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받은 뒤, 한지용과 서희수를 공동상대방으로 하여 친권자 및 양육자의 변경을 신청하면서 유아인도 명령 청구를 하는 경우다. 이 때는 한지용은 방청석이 아니라 상대방 석에 앉아야 한다.


법정에서 이혜진은 "1년 6개월 간 아이를 혼자 키웠다. 그동안 아이 아빠랑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아이가 너무 아팠고 무서웠다. 그래서 효원의 철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그 아이를 놓고 나오게 됐다"고 하면서 한지용이 자신을 튜터로 들이고 죽은 사람으로 믿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드라마에서는 이혜진이 위와 같은 말을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하여 기사화하기 위하여 패소될 것을 알면서도 소송을 한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면서 소송의 상대방이 한지용이 아니라 서희수로 하여 한지용이 적극적으로 변론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그러한 스토리를 만들려고 의도 하였다면 유아인도 심판청구가 아니라 서희수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모로 되어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로 하는게 맞았을 것이다. 공개재판이고 서희수만을 상대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는 그날 바로 선고를 하는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역시 틀렸다. 유아인도 심판은 '결정'으로 하는 것이라 별도로 선고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물론 뿅망치 같이 생긴 소위 '판사봉'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없다. 게다가 이 사건은 '기각' 판결을 내릴 수 없는 것이, 당사자를 잘못 넣었기 때문에 '각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드라마를 보고 자신도 비슷한 사례라며 문의하는 경우가 꽤 많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드라마가 잘못된 것이라고 열심히 설명해 주지만 의뢰인들은 변호사 말보다 TV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소송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TV가 가지는 영향력을 생각해서 법정 장면을 다룰 때에는 변호사 자문을 한 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대본을 보고 저 정도 내용을 지적하는 것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https://mylaw.kr


매거진의 이전글 변호사는 알지만 의뢰인만 모르는 광고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