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꿈을 꾸었다.
우리 학교 대학원 건물이었다. 무려 사적씩이나 된 고려대학교 대학원 건물은 굉장히 엔틱하여 천장에 매달린 조명도 고풍스럽고 심지어 나무 창문도 위로 들어 올려서 연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그 건물에서 수업을 받았다.
복도를 지나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대형 강의실이었다. 현대음악의 이해 수업이었다. 나는 학부 때 그런 교양과목을 들은 기억도 없고, 사실 대학원 건물에 대형 강의실이 있었던 기억도 없다.
교수님은 "여러분, 오늘은 초대가수가 있습니다"라고 하였고, 뒤를 돌아보자 무려 심수봉이 나타났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송이 피워 오라는
진실한 사랑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사람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도 하고, 싸인을 해 달라고도 했다.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잠에서 깨어 출근 준비를 하는데 <백만송이 장미> 노래는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사무실에 출근해 로또를 샀다.
요즘은 로또를 인터넷으로 살 수 있어서 참 편하긴 하지만 너무 빨리 구매가 되니까 두근거림은 덜 한 것 같다. 1,000원어치만 살까 하다가 2,000원어치 샀다. 게임을 두 배로 하면 당첨확률도 두배가 되니까.
심수봉 꿈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꿈을 꾸니 로또를 사는 것이다. 심수봉이 아니라 BTS가 나왔어도 로또를 샀을 것이다.
일단 꿈을 꾸면 로또는 사야하는 게 아닐까. 혹시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