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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Dec 17. 2021

오픈카톡 기혼자방?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능이 처음 생겼을 때, 법률상담 방을 만들었다가 별 쓸데 없는 질문들, 가령 반 친구가 샤프를 빌려갔는데 안 돌려준다는 등, 변호사의 조력이 전혀 필요없는 질문만 들어오길래 그냥 접어버렸다. 


이후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쓸 일이 없었다. 사실 카톡은 대부분 변호사 지인들끼리 자료 주고 받는 정도로 쓰고, 가끔 친구들과 쓸데 없는 수다 떠는 용도이지, 주중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주말에는 노느라 바빠서 별로 쓸 일도 없다.


상간자 소송을 하다가 요즘 하도 '오픈채팅'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말이 많이 나와 궁금에서 찾아봤다. 채팅 방에 들어가지는 않고 제목만 봤는데, 변호사 입장에서는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었다.


여성환영 3545 기혼돌싱

기돌썸톡방 크리스마스 준비

기혼돌싱 크리스마스 혼자 보내지마세요

...


다 소송 거리인데 이게 다 얼만가 싶었다.


상간자 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상간자가 '유부남, 유부녀인 줄 몰랐다'고 항변하는 경우다. 그런데 채팅방에 아예 '기혼'이라고 박혀 있으니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 입장에서는 한 시름 더는 것이다.


원고 입장에서는 그저 채팅방 명칭과 대화 내용만 캡쳐해다가 증거로 하면 되니 참 편하다. 다만 상간자의 인적사항을 어느정도 알아야하는데, 이름과 전화번호라도 알아야한다. 아마 실제 소송을 할 수 있는지는 상간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원고가 가령 배우자와 상간자가 모텔에 출입하였다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 그런 정도의 사실은 물론 서로 만났다는 사실도 굳이 입증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부정한 행위'는 성적인 행위가 필요한 '간통'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에서는 '자유심증주의'라고 해서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모두 증명할 필요는 없고, 판사의 심증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만 증명하면 된다. 그러니 그냥 카톡으로 은밀한 대화를 주고 받은 내용만 있으면 된다. 애초에 채팅방 목적이 그런 것이었으니 입증을 매우 쉬울 것이다.


기혼방에서 갑납과 을녀가 만나 서로 교제를 하였다면, 이러한 상황이 생긴다.


갑남의 배우자가 을녀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

갑남의 배우자가 법원의 제출한 소장은 을녀의 주소지로 발송된다.

을녀의 배우자나 자녀가 소장을 받게 된다.

을녀의 배우자는 부정행위 사실을 알게 되어 갑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다.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나 통상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때가 많으므로, 갑남을녀 커플은 총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물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는데, 갑남과 을녀가 과연 서로가 첫 상대였겠느냐이다. 갑남을녀가 여러 상대방을 만나거나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면 갑남을녀의 배우자는 그 상대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고, 그 상대방의 배우자 역시 갑남을녀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에서 여러 번 만남을 가지다가 들킨다면, 가장 큰 문제는 자녀들이겠으나, 그 사람의 인생도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배우자가 잘못한 것과 자신이 부정행위를 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배우자가 아무리 잘못을 하였어도 부정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배우자가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주사를 부리고 가사를 돕지도 않고 주식으로 돈을 다 날려먹었어도 자신이 몰래 잠깐 딴 사람을 만났다가 들켰다면, 배우자는 그 부정행위를 이유로 배우자가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할 것이다. 이때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주식으로 돈을 날렸다고 항변해 봐야, '그럼 그 때 이혼하지 왜 같이 살았냐'라는 답이 되돌아 온다. 물론 실제로 위자료가 나올 것이냐는 재판을 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과 만나서 즐기고 싶으면 결혼을 하지 말고 결혼을 했으면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지, 배우자와 자녀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뭘 그렇게 놀고 싶은지 모르겠다. 


나 같으면 배우자에게 "그냥 일 그만두고 딱 3년만 같이 여행이나 다니고 놉시다"라고 할 것 같다. 나도 예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벌어놓은 것을 까먹으며 살아봤는데, 처음 마음 먹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놀게 되면 또 나름대로 살만 했다. 


배우자가 끔찍이 싫다면 그냥 이혼을 하는게 낫다.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불행하다는 것은 TV에나 나오는 말이다.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하는 집이라면 좋겠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부모가 매일같이 싸우는 집에서 자라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빠가 따로 떨어져 사는 집에서 자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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