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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Mar 29. 2022

빚도 갚아줬는데 돈을 더 주라고?

남편은 금융기관에 다니고 있었고 아내는 교사였다. 


내가 변호사가 아니라 결혼정보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참 좋아할만한 직업이었다. 남편은 남부럽지 않은 수입이 있었고, 아내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면 남편은 결혼 전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1억 2천만 원 정도의 빚이 있었다. 그렇게 크게 실패한 이후로는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반면 아내는 꾸준히 돈을 모아 결혼 전에 이미 1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둘은 결혼을 하며서 일단 남편 빚으로 인한 이자가 너무 아까우니 아내가 가지고 있었던 돈과 서로 월급을 받으면 먼저 빚을 갚았고, 그 빚은 다 갚고나서 다시 재산을 모으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은 평범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다투는 일도 있었지만 보통은 다 그렇게 사니까 특별할 건 없었다. 남편은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았고 둘 다 소득이 있으니 재산은 빠르게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 3년 쯤 지났을까. 남편의 행동이 이상했다. 회사에서 원래 야근이 많기는 했지만 너무 늦게 귀가하는 때가 부쩍 늘었고, 회사 근처에서 자고 곧바로 출근하겠다고 한 적도 종종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행동이 의심스러워 미행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남편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은 꽤 일찍 퇴근하였다. 그러고서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어떤 여성과 만나서는 둘이 같이 남편의 차를 타고 오피스텔 건물로 들어갔다. 남편이 건물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이 켜진 호실이 있었다. 5층이었다.


창문에 블라인드나 커튼을 쳐 놓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건물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건물 맞은 편 적당한 곳으로 가서 카메라로 줌을 당겨서 보니 오피스텔 내부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창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볼 수 있었다. 남편이 알몸으로 왔다갔다하는 것까지 볼 수 있었고, 결국 어떤 여성과 창문가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아내는 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하여 증거를 잡아내었다.


그렇게 소송이 시작되었다.


너무도 확실한 증거가 있었기에 이혼이나 위자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재산분할에 있었다. 부부의 재산은 다 합해야 1억이 약간 넘는 정도였다. 재산분할은 말 그대로 지금 남아 있는 재산을 각자의 몫에 맞게 나누는 것이니 1억을 부부가 어떻게 나누는지를 다투는 과정이다. 남편이 가지고 있던 1억 2천만 원의 빚은 이미 다 갚아서 없어졌는데, 다시 빚을 만들라고 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재산을 아내가 80%를 가져가든, 90%를 가져가든, 혹은 100%를 다 가져가더라도 아내에겐 손해였다.


아내가 남편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처음부터 빌려주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증명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부부가 같이 돈을 모으려고 남편 빚 먼저 갚았던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결국 아내가 재산의 90%를 가져가게 되었고, 다만 위자료가 보통의 경우보다 좀 많은 금액으로 인정되었다. 판사가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계산하든 아내에게 손해이므로 위자료로 좀 메꾸어 준 것이다. 그래도 계산을 해 보면 아내에게는 손해였다.


남편은 소송 도중 아내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으로 고소하였고, 아내는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3년 간의 결혼 생활에서 결과적으로 남편에게 돈만 뜯기고 남는 건 전과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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