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지옥 중 가장 유명한 벳부 지옥 순례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우리 료칸은 긴린코 호수와 가까워서 오고 가며 구경을 했는데, 물안개가 피는 아침 풍경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동이 틀랑말랑 할 때 일어나 씻지도 않고 나갔다. 긴린코 호수는 일부 온천도 나오고 그냥 맑은 물도 나온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온천의 따뜻한 물과 지하수의 차가운 물이 만나 물안개가 생긴다고 하는데 당연히 근거가 없는 말이다.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이 만나면 미지근한 물이 되는 것이지 안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설명을 한 분께 냉온수기로 안개를 만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물안개가 생기는 원인은 우리가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듯 수면과 공기의 온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일교차가 큰 계절에는 자주 볼 수 있어서 우리 집 근처 모산골 저수지에도 잘 생긴다. 긴린코 호수의 일부 온천이 유입된다고 하니 그렇다면 추운 계절에 물안개가 더 잘 생길 것이다.


긴린코 호수는 그 풍경과 무척 잘 어울리는 호텔 하나가 있는데, 그 호텔이 나오게 사진을 찍는 게 포인트다. 긴린코 호수를 가 본 사람마다 모두 그곳에서 묵고 싶다고들 하나, 사실 그 호텔에서 자면 그 풍경은 못 보는 게 아닌가. 에펠탑에 오르면 에펠탑을 볼 수 없듯이 말이다.


그렇게 긴린코 호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버스를 타고 지옥 순례를 위해 벳부로 갔다.

323F1AF4-1692-4921-A67E-A9D4AD2A573D_1_105_c.jpeg 긴린코 호수에서 커피 한 잔

일본에는 여러 지옥이 있다. 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제일 유명한 벳부 지옥이 있고, 운젠 지옥, 노보리베쓰 지옥도 있다. 그러고 보면 그냥 땅에서 증기가 나오는 곳을 지옥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칸나와 지방에서는 현재도 온천 용출구를 ‘지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이미지는 ‘불’ 일 것이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인 기독교나 이슬람교, 유대교의 지옥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데 기본적으로 윤회를 믿는 불교의 지옥은 기한의 정함이 있다. 그래서 기독교의 지옥이 무기징역이라고 한다면 불교의 지옥은 유기징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종교에서나 지옥은 죄를 지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신경 말단의 통증수용체의 신호가 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달되었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통증수용체를 자극하거나 대뇌를 자극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고통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지옥이 존재한다면 굳이 다루기도 어렵고 불편한 ‘불’을 이용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더 심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옥’하면 불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불이 주는 고통 외에도 비주얼적으로도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지옥’이라는 명칭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고 하는데, 가장 유명한 벳부의 지옥 순례를 관광코스로 개발한 사람은 벳부 카메노이 호텔의 창업자인 아부라야 구마하치라고 한다. 7곳의 자연용출구 주변을 관람하기 쉽도록 인공적으로 꾸미고 거기에 별칭을 붙여서 개발한 것인데 몇 가지는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아주 흥미롭긴 하다.


벳부 지옥순례는 보통 우미지고쿠(바다지옥)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위쪽에 있기 때문에 다음 코스로 내려갈 때 체력의 부담이 적다는 이유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식상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다지옥은 커다랗고 넓은 연못에 물색이 파랗다. 규모가 다른 지옥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물에서 나오는 엄청난 증기에 비주얼적으로도 압도되고 비릿한 유황냄새 역시 재미있다. 아, 물론 대만의 지열곡을 봤다면 대단한 감흥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땅에서 김이 펄펄 나오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광경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고 흥미롭다.

45E3D5C2-BA3D-45A4-A5AF-4958E2B2739F_1_105_c.jpeg 바다지옥, 사진은 이쁘게 잘 안 나왔다
바다지옥, 수증기 소리가 대단하다

입장권은 각 지옥마다 개별적으로 살 수도 있고, 7개를 모두 볼 수 있는 통합입장권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도 있다. 사실 몇 곳은 돈 값어치를 못하기 때문에 각각 따로 사는 게 더 나을 수 있지만, 또 이왕 간 김에 다 보고 오자는 심산이 있어서 결국 묶음으로 사게 된다. 나는 세 번을 가서 이미 그 상황을 알면서도 모두 묶음으로 샀는데 다시 간다고 해도 또 그럴 것 같다. 사실 각 지옥마다 입장권 검사가 무척 허술해서 거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우리는 정직한 관광객이니 그냥 깔끔하게 사고 떳떳하게 들어가야 한다.


각 지옥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족욕 코스가 있다. 그래서 수건과 여분의 양말을 가지고 가는 게 좋다. 수건은 족욕코스 근처에서도 파는데 가격이 비싸지도 않고 글자가 쓰여 있어 나름 기념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얼핏 보기에도 그다지 좋은 품질로 보이지 않아 굳이 그걸로 기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실 이미 몇 번 지옥 코스를 가봤던 나는 이번에는 도장 깨기 하듯 모든 족욕코스를 다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일 때마다 족욕을 하였는데 같이 간 강재(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같이 할 사람)가 한 세 번 하다가 제발 그만하자고 해서 포기했다. 누군가는 도장 깨기에 성공하였을 것이다.


각 지옥마다 온천 증기를 이용하여 찐 달걀이나 만쥬를 팔기도 하고 근처에 해산물 같은 것을 쪄주는 식당 비슷한 곳이 있기는 하나, 그냥 체험일 뿐 대단히 기억날만한 맛은 아니다. 그래도 달걀은 또 사 먹게 되는데, 아마 예전에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또 사 먹었을 것이다.


살아생전 이지만 지옥 순례를 마치고 다시 유후인으로 돌아왔다. 유후인에서 벳부를 버스로 가면 유후다케(산)를 지나게 되는데 굉장히 신기하게 생겨서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등산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CF3A92BD-77C1-4EC0-A49D-56F14A0DC911_1_105_c.jpeg 아침이라 한산한 유노츠보 거리, 멀리 유후다케가 보인다
버스에서 본 유후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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