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단톡방에서 싸움이 났다

by 사유의 서랍

아이가 단톡방에서 누군가를 '야'라고 불렀고, 마침 그 방에 있던 누군가가 아닌 다른 아이가 '내 이름은 야가 아니야'라고 대답을 했고, 아이는 걔가 아니니 '어쩔'이라고 응수를 했고, 그대로 싸움이 됐다. 다른 아이들이 아이에게 뭐라고 한다고 얘기를 전해듣고 밤늦게 카톡을 열어보니 화를 냈던 그 아이를 중심으로 내 아이에게 사과를 하라는 분위기였다. 그리고는 그 아이가 말했다.


"우린 니가 지긋지긋해"


그 톡을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아이가 작년에 아이를 따돌린 적이 있는 아이라고 했다. 아이가 싸움이 났다고 하는 말을 흘려들을 것이 아니었다. 샤워하는데 손이 다 떨려왔다. 따돌림의 일부를 본 것일지도 몰랐다. 톡을 맨 위까지 올려보았다. 아이가 나갔다가 다시 초대받아 들어온 것에서부터 톡이 시작하는데, 그 아이가 '너는 나간다며? 왜 다시 왔어?' 하고 말한다.



밤새 잠을 못 이루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아니, 실은 잠을 잘 수 없어 했던 생각을 하고 또 했다. 아이가 따돌림 당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슴을 누르고 심장을 뛰게했다. 따돌림이 아니어도 '지긋지긋하다'는 말 자체가 괜찮지 않았다. 네시에야 선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 또 생각했다.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일어나 앉아 말을 걸었다.


"어제 싸움이 났다는 톡 봤어. 엄마가 가볍게 생각해서 미안해."


사과부터 했다. 어쨌든 너에게 편이 하나는 있다는 사실부터 알려야한다. 그리고는 안아주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이것저것 물었다. 아이가 사과를 하고 싶지도, 심한 말에 사과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 아이가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 뻔해서. 그 와중에 톡은 계속 새로 올라왔다. 왜 싸우냐는 글부터, 아이가 사과를 안했다는 상황설명하는 그 아이의 톡까지.


일단 아이의 잘못부터 인정하게 했다. 그거 너 아니었어. 바로 설명했어야 했는데 안해서 미안해.


그 다음에 아이가 했던 편가르기 행동도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 생각하니 내가 잘못한 거 같아.


그리고 이제 고민이었다. 나는 따돌림을 했다는 그 아이의 심한 말을 사과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이는 사과할리 없으니 사과하라는 말도 하고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의 중재를 받는 방법을 생각했다. 단톡방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으니 어떻게든 중재를 해주시리라.


빙빙 돌려 예의를 갖춘말을 몇백자를 줄줄이 써넣고, 방학이라 죄송하다는 말도 해놓고, 엄마가 직접 나서면 중립이 아니니 선생님이 단톡방에 대해서나 싸움을 중재를 해주십사고.


그리고 10분만에 답이 왔다. 아이가 사과받고 싶지 않으면 그냥 두시라고. 아이만 있는 단톡방은 안되고 부모님이랑 얘기를 하셔서 부모님 몇 분이 들어가시라고.


그럼 그 얘기를 꺼낸 내 아이는 공식적인 왕따가 되겠지. 그 방은 죽고 부모님과 내 아이를 따돌린 새 방이 만들어지겠지. 그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난 무척 귀찮은 진상학부모가 된 기분이었다. 흔한 아이들 싸움에 방학중인 선생님 소환하는. 별것도 아닌 일에 반 분리해달라고 민원이나 넣는. 그래서 더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냥 말 긴 진상학부모가 될 것 같아서.



점심도 들어가지 않아 거르고 그동안의 나의 잘못이 나를 덮쳐오는 방의 어둠 속에 놓여있었다. 대학원 다닌다고 아이친구 엄마들이랑 관계 소홀히 하지 말걸. 학부모회 어떻게든 할걸. 아이 생일파티 크게 해줄 걸. 맘카페 어디라도 정붙여놓을 걸. 모든 할걸과 말걸들이 심장을 터지게 붙잡고 있었다. 내 모든 잘못이 아이를 따돌림 당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문제들이 빚쟁이처럼 몰려와 내 멱살을 잡고 들들 볶는 것 같았다.


새로운 빚은 만들지 말아야지. 방밖에 기어나와 아이에게 사과할 건 다 했으니 이제 너도 사과를 받으라고 했다. 그 아이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거기까지인 거라고, 다신 어울리지 않아야 하는 성격인 거라고 말했다. 사과를 받지 않아도 네가 사과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게될 거라고.


아이는 사과해달라고 말을 했다. 내가 지긋지긋하다는 말은 상처받는다고.


그리고 좀 전까지 그 톡방은 울리지 않았다. 아마도 아이를 빼고 새 톡방을 만든 모양이었다.



2026.1.22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하지 않았다고 업보가 아이에게 돌아오는 기분이다.



- 언젠가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커뮤니티에서 '아이가 따돌림주동자가 되는 게 낫겠냐, 왕따 당하는 게 낫겠냐' 양자택일형 질문글이 올라온적이 있었다. 나는 아이가 주동자면, 그동안 믿어왔던 아이에게 배신감까지 느낄테니 피해자가 차라리 낫지 않겠나, 생각을 했더랬다. 지금에 와 다시 그 생각이 났다. 피해자라는 건 '피해자로 선언'하는 것부터,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피해자인가? 따돌림이 명확히 있었나? 나는 얼마나 나서야 하나? 모든 것이 경계선상에 물음표로 동동 떠다닌다. 그 경계선상에서 명확한 저쪽으로 결연히 나서지 못하는 것이 나의 부모로서의 자질부족인가, 아이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과 아이도 잘못하지 않았나, 그 잘못을 인정했다고 피해자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들까지 더해서.


- 하루 지난 오늘, 아이는 사과받지 않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단톡방은 나오게 했다. 어차피 아이에게 성토하던 아이들은 따로 나가 다른 방을 팠을 터였다. 허울만 있는 '단체'톡방에서 나오는 이야기 모른다고 큰일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도 알고 나도 안다. 따로 나가 내 아이없이 만들었을 방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모른다는 걸, 그건 큰일일 수도 있다는 것. 그 나이대의 정치가 얼마나 예민한지 모르는바 아니까. 다만 나는 그 방에서도 누군가가 곧 따돌려질 것 또한 어렴풋이 안다.


- 아이에게 신경쓰여서 힘들었지, 고생했다고 말했다. 어제 하루종일 핸드폰에 아이의 온신경이 쏠려 보이지도 않는데 뭐가 반짝인다고 하질 않나, 유난히 들떠서 아무것도 집중을 못하고 돌아다니던 것 하며. 아이가 대뜸 말한다. 엄마가 고생했지!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생각하느라! 이 아이의 진심은 언젠가 돌아오겠지. 그를 위한 액땜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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