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챌린저스> 리뷰 2. 캐릭터
*본 리뷰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13년전 과거의 장면에서 아트와 패트릭은 친한 친구 사이로 나온다. 둘이 나오는 복식은 이겼을 뿐 아니라 차가운 머리와 열정적인 자세가 합쳐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둘은 자기위로;도 우연이지만 함께한 경험도 있다. 단식게임에서는 친구를 위해 져줄 수도 있었던 사이이기도 했다. 둘은 '함께'라는 말이 어울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
그런 패트릭과 아트의 사이가 갈라지기 시작한 것은 타시의 등장부터다. 타시는 그만큼 눈부셨고, 당찼으며, 테니스 실력 또한 대단했다. 타시는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패트릭이 져주겠다는 말을 번복하고 아트와의 게임에서 이겨서 타시의 번호를 따내고, 결국 '잤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아트는 분노한다. 아트는 승부를 위해 치열하게 경기에 임하기보다는 상대가 질 것 같은 부분을 놓치지 않는 승부사 타입인 것 같다. 타시와 패트릭이 싸우고, 타시의 부상을 당한 경기에 패트릭이 불참하자, 아트는 패트릭이 연애게임에서 '진' 이 상황을 놓치지 않는다. 아트는 타시를 잡고, 패트릭을 소외시킨다.
아트는 타시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패트릭이 타시의 곁을 맴도는 것이 싫어서 패트릭과의 우정까지 팽게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면 타시는 왜 그렇게 패트릭을 곁에 두는가. 그렇게 잘생기고 몸도 좋고 심지어 순정적인 아트가 남편인데도. 젠데이아, 조쉬, 마이크(타시, 패트릭, 아트를 맡은 배우들) 의 프레스투어 중 한 인터뷰어가 타시가 나쁜x인 거 아니냐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영화 처음 봤을 때는 너무나 공감했다. 타시가 패트릭이랑 자고 와서 아트가 아이랑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는 장면은 특히, 유교걸의 유약한 심성에 해로웠다. 타시는 그렇게나 좋아하던 테니스를 잃고 도덕에 대한 감각도 함께 잃은 건가?
타시는 테니스 게임이 relationship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 상대와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라든가, 아름다운 걸 함께 하는 것, 서로에게 빠지는 순간이라는 말을 하면서. 타시에게 테니스는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게임에 집중하고, 상대의 모든 것을 함께 느끼면서 오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던 것 같다. 타시에게 테니스는 테니스 외적으로도 타시의 모든 것이기도 했다. 기숙학교를 가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집안을 일으켜주었으니까.
이 느낌을 relationship에 비유한다면, 타시는 매우 온전한 형태의 사랑에 대한 욕구를 가졌던 것 같다. 상대에게 집중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신뢰를 가지고 곁에서 함께하는 관계. 패트릭과 크게 싸운 내용은 패트릭에 대한 그런 불만을 보여준다. 패트릭은 게임 중반에 자신이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고 게임에 집중을 하지 않는데, 그것은 아트와의 경쟁에서 이겨서 타시와 사귀고난 후 타시에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비유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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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셋은 모두 결함이 있는 존재들이다. 타시에게 있어 패트릭은 commitment(한 사람과 장기적으로 사귀는 것)가 느껴지지 않는 존재다. 그래서 상대에게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엄청난 집중력도 있고, 함께하면 끊임없이 핑퐁이 오가는 스릴도 있는데도 패트릭과의 관계는 단발성으로 끝나고 만다. 패트릭도 스스로 그런 말을 한다, 자신은 일을 하기 싫어서 테니스를 한다고. 패트릭은 고통과 쾌락의 경계선에 서있다.
그렇다면 타시에게 아트는 무엇일까? 아트는 누가봐도 패트릭에게 없는 commitment의 화신이다. 아트와 패트릭은 테니스를 못하는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아트는 타시의 부상, 그에 따른 은퇴후에도 타시의 곁을 지킨다. 타시가 떠나지 않도록 타시가 좋아하는 테니스 우승을 계속해서 가져오기도 했다. 결혼한지 8년 만에 이제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타시가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commitment의 화신이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는데 그와의 연애가 재미가 없을 수가 있을까.
타시는 아트와의 연애가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아트는 게임에 집중하지 않나? 아니면 핑퐁이 오갈 만큼 연애를 '잘' 하지 못하나?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트가 타시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테니스를 계속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준 것은 아트다. 도대체 아트에게는 뭐가 결함이어서 타시는 바람을 피는데다 심지어 아트를 미워하기까지 하나?
여기에 이 영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아트의 결함은 무엇인가. (관객의 입장에서 이만큼 완벽한 선수가 없다. 잘생기고 테니스도 잘하는데 순정적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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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셀 결승전날밤 자정, 타시가 패트릭에게 키스하는 뒤로 아트의 광고가 보인다. 타시가 초반에 수정한 광고안의 아트다. 타시는 Game Changer를 Game Changers라고 바꾸고 둘의 위치나 크기도 아트가 전면에 크게 배치되는 것으로 바꾼다. 그 광고에서 폭풍으로 한쪽이 떨어져서 아트만 보이게 된 것이 하필, 타시와 패트릭이 키스할 때 뒤에 비추는 것이다.
Game Changer는 어떤 아이디어 따위로 게임의 판세를 바꾸는 사람을 의미한다. 테니스에서 Game Changer는 지는 것으로 보이던 게임을 한번에 뒤집는 행위나 존재 같은 의미일 것이다. 영화 <챌린저스>에서 Game Changer는 누가봐도 타시로 보인다. 친했던 둘 사이에 나타나 둘 사이가 다시 안 볼 사이로 바뀌게 한 사람이자, 슬럼프에 빠진 남편 아트를 챌린저스 급 대회에 참여시켜 패트릭과 다시 맞붙게 한 사람이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패트릭도 Game Changer로 나타나는 것도 같다. 아트와 타시의 안정적인 관계에 불안정을 가져오는 사람이면서 타시와 잤다는 시그널을 보내서 아트를 자극하는 것도 패트릭이다.
폭풍우 치는 밤 타시와 패트릭이 키스하면서 아트는 이 삼각관계의 가장 수동적인 존재로 내몰리게 되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둘이 연애의 판세를 한번씩 바꿀 때마다 아트는 그저 외로워서 아이옆에 가서 잠들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둘 사이를 이간질하려다 실패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런 그를 왜 하필 불륜하는 둘 뒤에 '지켜보고 있다' 모드로 광고장면을 배치하는가. 아트에게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나는 이것이 아트가 숨겨진, Game Changer임을 보여주는 배치라고 생각했다.
후편에 이어집니다.
2024.05.07.
셋의 관계에서 아트의 역할에 대한 리뷰
- ...는 잘생김이 아닐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