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챌린저스> 리뷰 3. 음악
* 본 리뷰는 영화<챌린저스>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챌린저스>는 15세이상 관람가 영화이므로 15세 이상만 읽어주세요.
영화 예고편에도 나오는 이 장면은 영화 <챌린저스>를 대표하는 장면이면서 영화에 대한 오해를 불러오는 장면이 되기도 했다. 영화는 생각보다 진지하게 연애와 그 내면의 심리를 파고들어가는데 이 장면만 보면 폴리아모리하는 셋이 서로를 탐닉하는 장면만 나올 것 같지 않나. 안타깝게도(?) 어떤 식으로든 셋이 함께 뭘(?) 하는 장면은 이 장면 밖에 없다. 이 장면도 금새 지나가고 아트와 패트릭이 둘이 키스하더니 그 장면도 금방 지나가고 그 둘을 지켜보는 타시의 표정이 나온다. 폴리아모리의 현현(?)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아쉽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은 맞다. 셋이 키스하는 장면 말고, 그 앞뒤로 이어지는 호텔씬 전체가, 말이다.
리드미컬한 기타리프가 중첩되며 브라스 신스사운드가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이 장면은 원치않아도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가 자극적인 장면을 덮어버리니 감독이 이 장면에 힘줬구나, 싶어지는 거다. 그 긴장감 넘치고 신나는 곡이 Blood Orange의 <Uncle ACE>다.
Blood Orange <Uncle ACE>
https://youtu.be/oJptxg3n9Oc?si=MxJ5O8luC-luDrxt
후반부 기타리프가 영상을 덮으면서 아트와 패트릭의 키스씬이 시작되니까 후반부 기타리프만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노래 전주부터 끝까지 다나온다, 중반부까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으로. 챌린저스에서 노래 전체가 다 나온다? = 중요한 노래다. 가사를 보자.
I've got a great idea Losing my sense of "where?" Trading the silent ones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방향감을 놓고, 말하지 않는 것들을 교환하는 거야.
I'm sure you know it's wrong. Take it and keep it shut.
넌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할 거야. 그냥 받아들이고 조용히 해
Unholy triptych of My sweet uncareful friends Waiting for April's men
불경한 세폭제단화 같은 나의 사랑스럽고 부주의한 친구들, 4월의 남자들이 될.
Not like the other girls Go home and wait for me I'll be there after 5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집에 가서 나를 기다려 5시 이후에 갈게
The others got that v. I'm everything you need
다른 사람들은 V를 가졌어 난 네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야
Put all you need in me. I don't need anything.*2
네가 필요한 모든 걸 내게 맡겨.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Does this feel easy cos it's all you'll get from me
이게 네가 나에게 얻을 전부일 거라 쉽게 느껴져?(더이상 기대하지마)
Do you have reason to think I'm just what you need
내가 네가 필요로 하는 전부라고 생각할 이유가 있어?
I won't complain if you don't tell me what you see
네가 이해하는 걸 말하지 않으면 난 불평하지 않아.
Does this feel easy cos it's all you'll get from me
이게 네가 나에게 얻을 전부일 거라 쉽게 느껴져?
- 중간중간 의역했습니다. 시적인 내용이고 작사가 본인의 뜻은 제가 알 수 없고 제 번역은 그저 영화상 내용을 반영하는 쪽으로 했어요.
-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관용구 번역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남자애 둘이 있는 방에 여자애 하나를 초대했다. 그 전에 둘이 같이 꽂혔던 인기있는 여자애 하나는 소리소문없이 둘의 관계에서 사라져버렸단다. 타시가 그 여자애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데 라디오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두번째 희생양이 타시가 될 예정인가? 하지만 타시는 그녀들과 다를 것이다. Not like the other girls
패트릭이 초대를 했고, 타시는 응했으니 얼핏, 이 관계를 지배하는 권력자는 패트릭이고 그 관계에 타시는 수동적으로 끌려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시는 아트의 자위 이야기에서 아트와 패트릭의 관계를 파악한다. 아는 자는 모르는 자를 지배할 것이다. 패트릭의 맥주캔을 가져와서 다 마신 타시가 It's out of beer, 라고 하며 정색하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경직된다. 이렇게 타시는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온다. 그리고는 아트와 패트릭 모두 기대에 찬 얼굴로 타시가 누굴 선택할 것인지 기다리는데, 타시는 정작 Do you have reason to think I'm just what you need 정말 니들이 필요로 하는 게 나 맞냐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아트의 자위를 바라보던 패트릭, 지금 여자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아트, 그 둘의 마음이 (스스로 알든 모르든) 서로를 향하고 있음을 타시는 파악한다. 순식간에 타시가 주도권을 가져온 셋의 게임판에서 타시는 명령하는 거다. I've got a great idea Losing my sense of "where?" Trading the silent ones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방향감을 놓고, 말하지 않는 것들을 교환하는 거야.
처음 아트와 패트릭의 입이 마주하자 둘은 화들짝 놀라며 떨어지는데 I'm sure you know it's wrong. Take it and keep it shut. 넌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할 거야. 그냥 받아들이고 조용히 해 네, 생각 그만하고 x치고 받아들이세요. 이미 이 관계의 권력은 타시에게 갔습니다. Unholy triptych of My sweet uncareful friends Waiting for April's men 불경한 세 폭 제단화 같은 나의 사랑스럽고 부주의한 친구들, 4월의 남자*들이 될 타시는 ATP 셋이 세폭제단화 같다고 보고 있다.
세폭제단화는 이렇게 생긴 종교화인데 세폭의 그림을 연결해서 하나의 주제로 만든 병풍같은 것이다. 이 그림은 가운데 마리아와 예수가 있고 양쪽에 천사와 악마가 있는데, 보통의 세폭제단화가 가운데 하나의 그림만으로도 독립적인 그림이 될 수 있고, 양쪽 두 그림 각각으로는 독립적이지 않은 내용이 된다.
불경한 세폭제단화같은 아트, 타시, 패트릭. 이 셋은 타시를 중간에 두고 양쪽에 아트와 패트릭을 두어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만, 사실 타시는 이 둘 없이도 홀로 충분하다는 의미다. 패트릭과 아트의 복식스타일이 불과 얼음이라는 언급이 극중에 나오는데, 아트는 얼음이라서 불(재능)이 필요하고 패트릭은 불이라서 얼음(노력, 전략)이 필요하다. 아트는 불을 타시에게서 보고 욕망하고, 패트릭은 얼음을 타시에게서 보고 욕망한다. 반면 타시는 불과 얼음을 모두 구사하는 캐릭터라는 언급이 있다. 재능과 노력을 모두 갖춰서 얼음도 불도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아트와 패트릭은 서로가 함께 있을 때 우승하고, 그 게임이 재밌다(패트릭). 타시는 모든 게 이미 갖춰졌으니 단식에서 홀로 우승하고 홀로 게임도 즐긴다. 타시에게는 아트와 패트릭이 필요하지 않다.
세폭에서 마리아와 예수상을 빼버리고 천사그림과 악마그림이 별도로 있으면 더이상 종교적으로 의미있는 그림이 아니게 되지만, 천사와 악마의 그림을 둘이 합쳐놓으면 그 또한 의미있는 그림이 된다. 아트는 불을 타시에게서 찾지만 타시는 그것이 패트릭에게 있고, 패트릭이 열망하는 얼음은 아트에게 있어 아트와 패트릭 둘 만으로 하나의 그림이 되는 것을 안다. 얼음은 불과 만나야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고 재능은 노력과 만나야 레전드로 올라설 수 있다.
아트와 패트릭은 타시에게 욕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타시는 욕망의 조각이 아트와 패트릭 둘이 서로 맞는 것을 안다. 타시는 두 조각을 타시에게서 떼어내어 서로에게 맞춰볼 것이다. 셋이 키스하기 시작하겠지만 어디에 키스할 건지 의식하지 말고 숨겨둔 마음을 꺼내놓아야 한다.
셋이 키스하던 자리에서 타시는 빠질 것이다, 아트와 패트릭 둘만 키스하도록. 이 둘의 욕망이 자신에게 향해 있는 걸 몰래 방향을 바꿔 서로에게 향하도록. 그래서 둘이 침묵 속에 가두었던 진실을 드러나게 할 것이다. 그것은 타시의 권위, 타시의 권력. 타시가 지배자적 지위로 올라선 삼각형에서 타시는 빠지고 예측불가능한 상황 속으로 둘을 이끌어간다. The others got that v. I'm everything you need 다른 사람들은 V를 가졌어 난 네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야 아트와 패트릭 둘은 둘 사이에 Versus(Vs.)를 가지고 있다. 둘은 서로에게 상대다. -원작자는 승리를 의미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이 노래가 챌린저스에 나온 이상 versus 로 해석해본다.- 아트와 패트릭은 당일 낮까지 복식으로 한 팀에 있다가 다음날 바로 Patrick vs. Art 가 되니까.
2024.07.17
블로그와 x(구 트위터)에 썼던 글을 가져오면서 퇴고. 후편에서 이어집니다.
* 4월의 남자들(April's men): 구글링해도 안나오고 어떤 문학의 제목으로만 나오는데 아무도 그 뜻을 모르는 것으로 보아 흔히 쓰이는 관용구는 아닌 거 같아요. 다만 어느 커뮤니티에서 4월은 '변덕스럽고 변하기 쉬운 날씨'를 뜻한다고 적혀있더라구요. 한국의 장마기간같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주 날이 맑았다가 금새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는 그런 시기요. 영화는 이 노래의 가사를 참조해서 이 셋의 심리에 맞게 호텔씬에 집어넣은 것 같고, 아트와 패트릭이(특히 아트가) 호텔에서 패트릭과 키스한 후, 심리의 변화가 아주 큰 것으로 보아 사춘기 소년처럼 혼란스러움을 겪게될 남자들, 로 생각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