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https://brunch.co.kr/@sosorap/41 에서 이어집니다.
자취할 때 집에 검은색 융단을 두른 것 같은 털이 있는 큰 거미가 들어온 적이 있다. 너무 놀라 플라스틱 그릇같은 것을 덮어서 잡았는데, 그 플라스틱 그릇을 끌고 도망갈 정도로 크고 힘이 셌다. 전공책같은 것을 던지려다가 거기에 눌려 죽으면 내 책에 묻은 걸 닦을 자신이 없어서 고이 내려놓았다. 집에 있던 바퀴벌레 약을 있는대로 다 뿌렸는데, 열심히 도망가더니 신발놓는 현관구석에 거미줄을 쳐놓고 죽었다. 혼자 울면서 치우는데, 거미줄을 벗겨내고 보이는 거미의 털이 정말 고왔다. 웃기게도, 이런 털의 강아지를 봤으면 관리 잘 된 강아지네, 했을 법한 윤기가 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죽은 거미의 사체를 보고 있노라니 그리 무섭지 않은 외모라는 게 그제서야 보였다.
고통에 대해서 사유하면서, 그 털거미가 생각났다. 맞닥트렸을 때는 놀랍고 괴롭고 무섭고 괴이한 존재였는데, 자세히 보니 털이 참 보드라와 보였다. 고통 속에 있을 때는 너무나도 괴로웠는데, 후에 남은 기억은 아이의 첫걸음, 아이의 함박웃음과 나에게 기대오는 뿌듯한 무게감 같은 것이다. 어느날은 너무 힘들어서 울었는데, 울었던 이유같은 것은 생각나지 않는데 아이가 다가와 내 뺨을 쓰다듬던 그 작은 손만 기억에 남는다. 따듯하고 보드랍고 살이 통통한 작은 손.
신이 고통을 줄 땐, 내 삶의 현재에 머무르라는 메세지를 보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현재가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흔한 결말처럼, 고통의 끝에 성공을 목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무수한 꽝 복권이 차라리 실제의 인생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5천원짜리라도 당첨되면 굉장히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그게 실제 무수한 삶들에 더 가까운 성공과 실패의 모습일 것이다.
성공이 없다고 해서 내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모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나에게. 그것이 내 인생의 목적을 향해가는 나의 드라마니까. 4D, 5D, ...나에게만 무한한 측면을 가진, 내 인생이 나에게 주는 복선이니까.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을 경험하며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나만의 목적을 찾아가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총천연색의 감각을 안겨주는 현재를 열심히 뛰어들어 보는 것이다.
2025.3.10
후편이 너무 긴 것 같아 수정하여 3편으로 따로 올립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통은 현재진행형- 좀 살만 해서 미래를 꿈꾸기 시작하면 아이가 a형 독감에 걸려오고 b형독감에 걸려오고요. 매번 독감에 걸리면 아이의 열이 39도가 넘는데 어떻게 매번 그렇게 걱정이 되는지 아이가 독감에 걸리면 잠을 못자서 일주일이 피폐해지네요. 하지만 그 따끈따끈한 이마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던 겨드랑이가 좀 사람같은 온도가 되면, 아무런 성공도 실패도 없는 이 인생에 작은 카타르시스가 찾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작은 보물이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