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이 표현하는 욕망 -상

영화 <챌린저스> 리뷰 4. 장면들

by 사유의 서랍

* 본 리뷰는 영화 <챌린저스>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챌린저스>에는 행동, 구도, 장소에서 반복되는 장면들이 있다. 옷 바꿔입기, 음식 나눠먹기, 같은 장소에서 다른 행동과 말이 나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건 일종에 감독이 떠먹여주는 주제와 관련된 장면들이니 열심히 포르테로 읽으면 되는데, 아무래도 말이 아니고 영상인데다 같은 장소여도 아트의 락커룸과 패트릭의 락커룸이 '같은 장소'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 우리의 해석을 방해한다. 일단 발견 자체가 쉽지 않고 발견한 후에도 패트릭의 락커룸처럼 해석이 분분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같은 장면을 놓고 패트릭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와 아트를 놓고 하는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아트를 중심으로 '동성애'코드를 읽고 패트릭의 락커룸을 '동성애에 향하는 차별적 폭력'의 장소로 읽기도 한다. 타시가 릴리에게 보여주는 행동을 근거로 타시의 캐릭터를 아트와 패트릭을 온정적으로 엮어주는 '모성애'를 가진 중매쟁이(;)로 읽기도 한다. 이런 오독은 캐릭터의 제대로된 해석을 방해하고 영화가 비틀고 꼬집어 제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해석하는데 방해물로 작용한다.


때문에 영화에서 연출적으로 '힘 준 것'으로 보이는 반복되는 장면을 읽어낼 때도 영화 전체의 흐름과 장면이 나오는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 물론 고작 두시간에 일생을 몰아넣고 주제를 표현해내야 하는 영화예술의 특성상 영화 자체가 이걸 온전하게 갖고 있을리는 만무하고, 그걸 읽어내는 시도 또한 다 찾아낼 수 있다는 건 만용에 가까울테지만. 그럼에도 자의적인 해석을 경계하고 감독과 각본이 의도하는 바에 따라 영화 전체적인 결에서 장면을 읽어야한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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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로 가보면 아트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탭들과 함께 타시와 아트의 딸, 릴리가 타시의 엄마인 외할머니와 함께 아침을 먹고 있다. 할머니는 릴리에게 '과일도 먹어야지' 하고, 팬케이크를 먹으려던 릴리는 할머니도 팬케이크를 먹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팬케이크를 먹기에는 너무 늙었다며(too old). 그러니까 할머니는 자기도 먹을 수 있다며 eat me! 하고 그 모습을 아트가 초록색 음료를 들고는 보며 웃고 있다. 아트는 찌푸리며 초록색 음료를 먹으면서 티비 앞으로 와 (자신의 지난 경기를 분석하는 뉴스)소리를 무음으로 바꾼다.


영화에서 입에 무언가를 넣는 것은 욕망을 상징한다. 음식을 먹는 것은 욕망의 표현이고, 무언가를 많이 먹는 모습은 이 캐릭터가 매우 욕망이 많은, 열정적인 기질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많은 영화는 거기다 sexual한 의미를 더한다. 성욕을 19금 아닌 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하니까. <챌린저스>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할머니는 아직 식욕이 있을 수 있음에도 '성욕'을 가지기에는 늙은건가? 싶은 거고, 할머니는 그렇지 않다,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 참고: https://collider.com/luca-guadagnino-movies-food/

"From 'Challengers' to 'Call Me By Your Name,' Food Is Never Just Food In a Luca Guadagnino Film" By Chris Sasaguay (Collider)


The items on Guadagnino’s cinematic menu are symbolic of the characters embracing or resisting their sexual awakening and other desires. 구아다니노의 시네마틱 메뉴에 있는 아이템들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성적 자각과 어떤 욕망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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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 패트릭과 아트는 사우나에서 만난다. 대화 도중 패트릭이 '너와의 경기가 그립다'고 말하자 아트는 "I'm too old for it"이라고 말하며 사우나를 나가버린다. 아트는 (슬럼프를 겪고 있긴 하나) 한창 때의 선수고 사우나 장면도 둘의 결승경기 전날이라 둘은 다음날 경기를 하게된다. 복식이라고 하더라도 아트가 경기하기엔 너무 늙은 정도는 아니다. 뜬금없는 이 말은 영화 전반부 할머니에 대한 'too old'의 댓구 같은 것이다. 할머니는 나는 성욕을 가질 수 있다,고 하는데 아트는 반대로 자신의 성욕을 되찾기엔 늙었다고 외치는 것이다. 패트릭이 그립다고 말하는 둘의 경기는 남자복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동성끼리 경기를 하니 동성애의 메타포로도 읽을 수 있다(출처: 저스틴 커리츠게스(각본가)인터뷰) 따라서 아트는 동성 지향의 성욕을 되찾기엔 자신은 늙었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


<챌린저스>는 입에 들어가는 것들에 성욕에 더해 다른 분류의 의미를 추가하고 있다.


다시 초반부로 돌아가보면 듀마리에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시와 아트는 대기실에 앉아있다. 옆에는 사과가 쌓여있지만 둘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아트는 먹을 수 없는 '껌'을 씹다가 손에 비친 햇살을 따라 고개를 들어 과거 자신의 우승 사진을 본다. 그리고 나갈 시간이 되어 타시는 당연한 듯 아트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내밀고, 아트는 자연스럽게 타시의 손에 껌을 뱉는다.


껌은 음식이 아니다. 어느 정도 씹고 싶은 마음을 충족해준 뒤 다시 '뱉어내'야 한다. 하지만 입으로 들어가긴 한다. 입으로 들어가지만 먹을 수 없고 뱉어내지만 배설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욕망의 상징은 욕망의 상징이되, 욕망의 제거에 가깝다. 욕망의 헛된 충족, 그리고 그나마 거세된다.


아트와 타시의 부부 사이에는 함께하는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 둘은 음식을 같이 먹지 않는다. 결혼 전에도 음식을 공유하지 않았던 둘은, 8년 후 아예 다른 음식을 먹고 있다. 타시는 샐러드와 커피를 먹고 아트는 주구장창 초록색 음료, 하얀색음료, 경기 중엔 분홍색 음료와 단백질바 같은 것만 먹는다. 부부생활 중 아트가 먹는 음식은 '맛있어서' '먹고 싶어서' 먹는 음식들이 아니다. 그래서 패트릭도 호텔 뒤켠에서 타시에게 말한다. 아트는 '다시' 햄버거 먹으면서 해설이나 하고 싶을 거라고.


타시가 스탭들에게 준비시키는 음식들은 한눈에 봐도 맛없어 보이고 특정 기능을 충족하는 것들 같아 보인다. warm-up에 필요한 음식, 에너지를 보충하는 음식, 꼭 미래세계 xxxx로 만든 단백질바가 떠오르는 정제된 음식들의 향연이다. 타시는 아트가 먹는 음식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없애고 '먹으면 좋은 음식'만을 공급한다. 결혼생활에서 기호식품을 먹고자 하는 아트의 욕망은 거세당하고 he's ready to be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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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는 sexual한 욕망에, 기호에 따른 욕망이라는 분류를 추가하고 있다.



2024.06.27

중편에서 이어집니다.



- 페르카도로 넘어가려면 거쳐야 하는 단계여서 음악 얘기하다가 장면들로 살짝 넘어왔습니다. 결함, 결함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 욕망을 충족하고자 타인에게 가하는 통제가 아트와 타시, 패트릭 사이를 어지럽히고 서로를 끊임없이 상처줍니다. 이번 리뷰는 그중에서도 통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했어요. 상중하편을 거쳐 타시 BGM 트릴로지 중 마지막곡 페르카도로 갑니다. 기나긴 여정이네요. 읽어주신분들 긴 여정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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