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챌린저스> 리뷰 4. 장면들
* 본 리뷰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입이 표현하는 욕망 중편 https://brunch.co.kr/@sosorap/51 에서 이어집니다.
아트가 드러내는 욕망의 기호를 보면 아트는 bisexual이다.
정확히는 바이섹슈얼이 아니라 패트릭과 타시다. 영화초반 경기상대인 듀마리에가 지나가며 '아트가 절 crush(쳐부수다, 반하다) 하겠죠,' 하고 코치에게 말하고 타시도 의미심장하게 듀마리에를 보는데.
응 아니야~ 신인과의 경기에서 볼이 네트에 걸렸는데 라켓이 뭐 잘못됐나~ 심드렁한 아트를 보세요. 아트는 듀마리에를 crush하지 않았네요. 그를 쳐부수지도 못했고 그에게 반하지도 않았습니다! 패트릭과의 뉴로셀 결승에서 네트에 볼이 걸리자 사람 죽일 듯이 욕을 하고 패널티 먹은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그의 크러시는 패트릭 한정이었나보다.
이성애의 영역에서는 어떨까. 아트가 13년 전 패트릭과 룸메였을 때 패트릭이 걷어낸 수많은 짐머맨 같은 분(짐머맨님 죄송)들은 기억도 못하는데 타시 한정으로 잤냐고 묻고 복수의 칼날을 간 것(추후 음악리뷰에 등장)도 네, 이성애도 삑- 타시한정입니다 이런 순애남 아닌 순애남을 보세요, 두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한 가지 니즈에서는 한 사람만 좋아합니다.
이 장면을 보자. 뉴로셀 경기 중반 즈음, 단백질바 같은 것을 꺼내 정말 맛없다는 표정으로 먹는 아트를 보면서 패트릭은 가방에서 바나나를 꺼내 '놀리는 표정으로' 먹는다. 바나나가 뭐 그리 대단해서 아트를 놀릴 수 있나? 아트가 먹던 것에 비하면 패트릭이 먹는 바나나는 자연의 음식, 맛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동성애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패트릭의 행동은, 너 결혼생활 재미없지? 햄버거 먹고 싶지?(나 그립지?) 난 여전히 하고 싶은 거 하고 산다~
너 여름바나나가 맛있단다
느 집엔 이거 없지?
- 패트릭 in 동백꽃(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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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닿는 것 중에 가장 직접적인 욕망의 표현은 서로의 입이 가닿는 것일테다. 욕망의 방향이 서로를 향하면 키스는 할 수 있다. 타시는 아트와 패트릭의 이런 면을 처음 발견하고 둘을 키스시켜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이 나를 향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이게 crush가 아니라 안정된 relationship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13년 전 타시와 아트와 패트릭은 모두 서로와 키스하지만 초기의 이들은 자신의 욕망만을 발견한 채로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트는 같은 날 패트릭과 타시에게 모두 반하지만 둘에게서 버려지고, 패트릭과 타시는 연애로 이어지지만 둘 사이에는 신뢰가 없는 채로 1년 후에 헤어진다.
챌린저스에서 입은 욕망의 방향을 드러낸다. 패트릭과 아트의 관계에서 욕망의 통제는 그들 관계가 동성애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타시와 아트의 관계에서 욕망의 통제는 그들 관계에 부족한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아트가 셋의 관계의 향방을 손에 쥐고 패트릭을 포용한 결말 이후는 그래서, 셋이 함께 햄버거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2024.06.27
원래도 길었던 것을 퇴고하다 더 길어져서 세편으로 쪼개왔어요. 입이 표현하는 욕망 글 끝.
- 대사의 중의성 차용은 <챌린저스> 전반에서 나타납니다. 듀마리에와의 경기 전 히팅연습 때 타시가 아트에게 'inside out', 'Cross court', 'Inside out', 'Down the line'을 말하는데 세 용어 모두 일상생활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테니스용어에서 inside-out은 백핸드로 칠 법한 공을 돌아서 포핸드로 쳐서 상대편 코드에 대각선으로 보내는 (인사이드아웃포핸드) 기술을 의미하는데, 인간심리와 관련해 속에 있는 걸 밖으로 내보여주라는 말이 되죠(영화 때문에 다들 아실듯). Down-the-line은 관용구로 '앞으로 철저하게, 직선적으로'라는 의미입니다. 이 용어는 아트에게만 발화되는데, 아트는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게(inside out) 캐릭터의 목표고, 이걸 드러내는 방식이 결말에 자신의 코트에서 패트릭의 코트로 넘어가는(cross court) 것이네요. 영화 초반에 타시의 입을 통해 아트에게 '속에 있는 걸 꺼내, 자신의 벽을 넘어야 해, 앞으로'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