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챌린저스> 리뷰 4. 장면들
* 스포일러 주의: 본 리뷰는 영화 <챌린저스>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중반쯤 뉴로셀 챌린지 남자단식 1차전이 끝난 후 라커룸에 들어와 있다. 이미 씻고 앉아있는 패트릭 앞으로 1차전에서 패트릭에게 패배한 그로수라는 선수가 흥분해서 욕을 중얼거린다. 그를 바라보며 씻고 나오는 다른 남자선수들은 모두 그로수를 비웃는다. 그 웃음을 들은 그로수는 분노하여 라켓을 바닥에 내리친다. 그를 보며 멋쩍게 웃는 패트릭은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핸드폰을 본다. 패트릭은 돈이 없다. 빨리 매칭어플에서 오늘의 짝을 찾아야 한다.
이 장면은 여러모로 영화에서 튀는 장면이다. 성애씬도 크게 노출이 없는 영화에서 갑자기 -필요하지도 않아보이는데- 남자들이 고추를 덜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욕설과 폭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신사들의 스포츠라고 하더니 경기장에서는 패트릭이 라켓을 부수고 패트릭이 들어간 공용 라커룸에서는 그로수가 라켓을 부순다. 한복판에서 그를 바라보던 패트릭은 아무렇지 않게 - 늘 겪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에서 여자 사진과 남자 사진(!)을 넘겨보는 거다. 언뜻 의도를 알 수 없고 작위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은 패트릭에 대해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몇 안되는 중요한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실내는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소*인데 아트의 경우 홀로남은 호텔 쇼파에서의 장면-과 연결되는 아트의 개인 라커룸의 장면 또한- 아트의 심리를 보여준다. 타시의 음악에서 다뤘지만 타시와 아트의 침실에서의 대화, 이어지는 Pecado 라는 곡은 타시의 심리를 보여준다. 패트릭이 혼자 마주하는 공용 라커룸의 광경은 패트릭의 심리, 나아가 패트릭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이다.
패트릭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소에서 남성들만 존재하고, 그 남성들이 고추를 덜렁거리며 다니는 것은 샤워를 하고 나오기에 어쩔 수 없는 장면이 아니다. 미디어와 또래문화를 통해 '성기크기'는 남성에게 남성성을 상징한다. 라커룸에서 당당하게 성기를 덜렁거리며 다니는 남성들의 표정은 그로수를 '비웃고' 있다. 그들은 눈에 띄지 않게 서로의 남성성을 가늠하고 있으며, 열등한 자에게는 냉소를, 우월한 자에게는 동조를 보내며 서열을 확인한다.
그로수는 본래 순위가 패트릭보다 높은데도 패트릭에게 진 것으로 나오는데, 자신이 지배적인 지위에 있다고 여겼지만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남성에게 졌기 때문에 그 분노를 약자에 대해 폭력으로 분출한다. 공용라커룸은 남성들이 서열을 겨루고 지면 폭력에 노출되는 남자들의 서열사회를 상징한다. 패트릭의 세계는 항상 그 라커룸과 같았다. 남성들간의 위계질서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그에 따라 득실이 정해지는, 야생의 정글.
2025.8.9
2024년 8월 즈음의 블로그 글을 다듬고 나누어 다시 써서 가져왔습니다.
*출처: 스탭 인터뷰
- 나편에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