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버스가 운행되면서 몇 번인가 신문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 현금 없는 버스인 줄 모르고 올라탄 사람들의 불편함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를 하라는 안내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지적이었다. 특히, 모바일 뱅킹을 할 줄 아는 노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목소리였다.
그 흔한 데이터 요금제를 왜 사용하지 않는 건지 내가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듯, 남들에게는 두 세장씩 있는 교통카드를 왜 어떤 이는 단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몇 안 되는 그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그 사정을 뛰어넘고 반드시 교통카드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버스 안에서 계좌이체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친화적인 사람이 되거나.
물론 소수의 불편함을 걱정하는 이야기는 다 한때뿐이다. 무언가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하면 다들 그러려니 하고 불편 없이 사용하기 위한 나름의 준비를 한다. 어쩌다 교통카드를 깜박 잊어버리고 나와 현금으로 버스를 탄 적 있는 사람이라도, 이제는 티머니를 준비하거나 기꺼이 휴대폰을 열고 계좌이체를 할 것이다.
실물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투명한 시장 환경 조성이나 화폐 제조비용 절감 등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숫자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화폐가 번성할수록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아날로그 감성도 사라져 간다. 사람과 사람이 손바닥을 내보이며 돈을 주고받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결국 버스에서도, 영영 자취를 감추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