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주변 사람들은 내 휴대폰에 데이터가 없는 것을 안다. 그래서 와이파이존 이외의 장소에서 만날 때는 메신저 대신 문자나 전화로 연락을 준다. 모든 휴대폰의 기본 기능인 전화와 문자. 하지만 물론 살다 보면, 문자나 전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 일에 맞닥뜨릴 때, 데이터가 없다는 건 역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좀 유별난 선택인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세대 따릉이에는 LCD가 붙어 있어서, ‘미리 등록해 둔 카드를 기기에 터치 후,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 접속은 대여에 사용할 카드를 등록할 때, 최초 1회만 필요했다. 나는 체크카드를 등록해서 한참을 잘 타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2세대 따릉이가 등장했다. 진화한 자전거라는 이름으로 LCD 대신 붙어있는 것은 QR코드였다.
기존 따릉이는 빠르게 2세대로 교체되어 갔다. 2세대 따릉이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시켜 웹에서 대여가 처리되는 방식이었다. 등록했던 카드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내 눈앞에 놓인 New 따릉이는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서울시의 정책이란 것이, 모든 시민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었다.
자유롭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 보유율 97%, 세계 1위라는 수치 때문일까. 아! 내가 그, 단 3%에 해당하는 사람인 건가. 누군가는 간단히 말할 것이다. 데이터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네, 맞습니다. 그렇지만 데이터 요금제보다는 따릉이를 포기할게요. 그래도 어쩐지 소수의 아날로그 인간으로 남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