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며칠 전 SNS에서 어떤 글에 매혹당했다.
우울은 크게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뉜다. 수용성은 샤워하면 사라지고, 지용성은 고기를 먹으면 된다.
읽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물론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는 꼭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울은 좀 가벼운 것입니다.)
습관성 우울을 앓고 있다. 몸 컨디션, 날씨 등에 따라 우울의 정도가 오락가락한다. 삶이, 하루하루가 내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음을 안다. 모든 게 내 뜻대로 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도 안다. 사람인지라,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 사람인지라 많은 것에 쉬이 영향을 받고, 오래 곱씹다 보니 이렇게 됐다.
우울은 무기력과 함께 온다. 허무도 동참한다. 그래서 우울증이 시작되면 무엇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 10대와 20대 때는 그 상태에 잠식된 채로 시간을 보냈다. 30대 후반인 지금은 ‘이러면 위험한데, 계속 이러면 곤란한데’ 판단을 내리고,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우울이 이미 너무 오랫동안 습관이 된 탓에 쉬이 벗을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 ‘수용성 우울은 샤워를, 지용성 우울은 고기를’이라는 조언은 유용했다. 우울이 온다 싶으면 일단 샤워를 한다. 물줄기를 맞으며 별별 생각 다 하고, 수없는 물음표를 찍지만 그래도 샤워를 한다. 좋아하는 보디 클렌저로 씻고, 보디 브러시로 문지르고, 보디로션까지 바르면 ‘온몸을 골고루 깨끗하게 만들기’에 빠져든다. 그 외의 것들은 흐려진다. 이젠 고기를 먹을 차례. 치킨이든 삼겹살이든 먹는다. 드라마나 영화 또는 아이돌 영상을 보면서 먹는다. 서사에 몰입하거나 아이돌에 집중하면 역시 다른 것들은 잊힌다.
물론 아주 어릴 때부터 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선명하고, 깊고, 커다란 우울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다. 한데 일상처럼 찾아오는 우울은 저 조언을 따라 하면 사라진다. 마음의 그래프는 사람, 장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한다. 핵심은 요동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라고 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아니라 울 땐 울고, 웃을 땐 웃다가 수면으로 다시 나와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되는 것이라 했다. 그러려고 저 조언을 꼭 쥐고 있다.
만약 저처럼 습관성 우울을 지녔다면 한번 해보세요. 제법 효과가 있습니다.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