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왓챠플레이에서 ‘킬링 이브’를 본 후, 역시 하이에나처럼 비슷한 작품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발견한 작품이 ‘빅 리틀 라이즈’이다. 미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HBO(SATC, 소프라노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와이어,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등을 방영)에서 만들었다.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로라 던 등의 배우가 배역을 맡았다. 그렇다면? 봐야지. 보지 않으면 안 되지.
핵심 인물은 모두 여성이다. 보이는 모습이 ‘완벽’에 가깝고, ‘완벽’하려 애쓰는 여성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저마다 타인이 영영 모르길 바라는 ‘이면’도 갖고 있다. 금실 좋은 부부처럼 보이지만 실은 남편이 폭행과 성폭행을 행사하는 경우. 성폭행을 당해 임신과 출산을 한 후 꿋꿋하게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으나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 이제는 부부가 아니지만 한때는 부부였던 사람과 계속 얽히게 되는 경우. 각자의 아이 때문에 마찰을 빚는 경우. 저마다의 서사와 관계성을 가진 인물들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그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사려 깊어 ‘보이는’ 남편이지만, 아내를 때리고 성폭행하던 사람이 파티장에서 추락사한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 짐작한 형사들이 추적한다. 동시에 인물들의 일상이 펼쳐지고, 남처럼 보이는 그들이, 한편으론 대척점으로 보이는 그들이 한 데 묶이는 과정이 드러난다.
드라마는 계속 두 인물 또는 세 인물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드라마’라는 것 자체가 ‘갈등’의 서사이니 당연하지만.) 주된 성별이 ‘여성’이라 아주 쉽게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촌스러운 명제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오독이다. 드라마 한 시즌을 쭉 보고 나면, 계속 불화를 일으켰던 인물들이 연대하고, 종국엔 돕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저는 시즌 1만 봤습니다.)
이 흐름을 통해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야! 여자들끼리 얼마나 친한데~’, ‘사이좋은 여자들도 많아’라고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지극히 평면적인 것처럼 그걸 뒤집(?)은 표현 역시 지극히 평면적이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어’ 역시 촌스럽고, 단편적이라 기피한다.
세상엔 수없이 많은 관계가 있고, 이성애만 존재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 없다고, 내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나의 앎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도 않으며, 나는 언제나 극히 일부만 볼 수밖에 없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까. 더군다나…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혐오가 담겼는지…
‘빅 리틀 라이즈’ 얘기로 시작했으나 멀리 흘렀다. 요는, ‘빅 리틀 라이즈’ 재미있으니까 보시고요. 심지어! 시즌 2에는 메릴 스트립님이 나오십니다. 우리 함께 그녀를 영접해 보아요.
- 하다
사진 ©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