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워니 이야기
아이는 항상 성장곡선의 1% 이내였다. 몸무게가 늘지 않아서 늘 고민했다. 그런데 초밥을 먹기 시작하자 살이 포동포동 올랐다.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아이는 물컹거리는 식감을 사랑했고, 특히 해산물을 즐겼다. 입맛이란 참 신기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여전히 아이의 1순위는 생선초밥이었다. 아이는 한참 내 눈치를 보다가 런치 초밥을 골랐다. 부족할까 싶어 아이가 2순위로 좋아하는 돈가스도 주문했다. 다양한 종류의 초밥에 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내 새끼 입에 뭐가 들어가는 광경이 제일 보기 좋다던 옛말을 실감하며 덩달아 나도 웃었다.
“엄마, 달걀 초밥 드세요!”
아이는 오밀조밀 나온 초밥 중 달걀 초밥을 들어 권했다. 뭐든 너무 먹지 않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서든 생선을 먹이고 싶어서 ‘엄마는 달걀 초밥을 제-일 좋아해. 그러니까 엄마는 달걀 초밥을 먹을게. 너는 생선초밥을 먹어. 알았지?’ 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엄마를 먼저 챙기는 게 기특한 마음 반, 복잡한 마음 반이었다. 아이에게 내가 내 입으로 달걀 초밥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아이는 그렇게 믿을 것이다. 한데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노랫말이 떠올랐다. 그 ‘어머님’은 어쩌면 짜장면을 좋아하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입맛을 뒤로하셨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혼란스럽다. 아이에게 뭐든 도움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달걀 초밥 에피소드’처럼 나의 선호는 숨겨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 지점이 어느 날엔 좀 서글프기도 한데, 그렇게 서글퍼하면 왠지 나는 ‘좋지 않은 엄마’가 된 것 같아서 자책한다. ‘엄마’이기 이전에 나도 사람인데 싶은 마음도 무시하지 못한다. 아이도 잘 돌보면서 나 자신도 잘 챙기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많은 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다음 점심 데이트는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해야겠다. 아이에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고, 아이 입맛에는 어떤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엄마도 사실은 생선초밥을 좋아한다는 고백도 덧붙여야겠다.
- 원더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