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수 이야기

by 오늘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불확실하지만,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의 아빠가 딸의 초경 기념 케이크를 사 와 축하한다며 너스레 떨던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주인공인 아이도 당연하다는 듯 케이크를 받고 행복해했다. 그걸 보면서 요즘은 저게 트렌드인가 싶어 나도 딸이 좀 더 커서 초경을 하면 저렇게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첫째가 초경을 했을 때 남편에게 케이크를 부탁하고, 함께 축하해줬다. 아이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첫째의 초경을 축하해줬으니 둘째도, 막내도 축하 아닌 축하를 해줬는데 그것에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았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그랬다.


글을 쓰려고 추억을 떠올리니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더불어 그게 축하받을 일인가 싶어졌다. 인생의 반 동안 매달 앓는 생리통, 여름이면 찝찝함이 배가 되는 생리. 그런데 정말 축하하고, 축하받을 일인가? 나도 그런 일을 몇십 년 겪으며 힘들어했으면서 그 일을 그대로 몇 년 동안 겪어야 하는 딸들을 생각 없이 남 따라 축하한 게 너무 창피했다. 아이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한 그 파티 아닌 파티가 미안했다.



물론 나는 생리를 하고, 결혼을 해서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세 딸을 얻었으니 그 몇십 년의 아픔과 불쾌함은 다 사라졌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여자들의 의무 아닌 의무였던 결혼과 출산을 ‘선택’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초경 축하도 그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통해 딸들에게 그때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고 싶다.


축하해줄까?


만약 내켜하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전하고 싶다.


그때는 미안.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실수했어.


-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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