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21살 때 강아지 한 마리와 만났다. 초면인데 대뜸 내 품에 와락 안긴, 아주 아주 작은 털 뭉치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됐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가 지은 내 이름을 강아지에게 물려줬다. 자기 이름이 뭔지, 이름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털 뭉치는 모든 게 즐겁고, 행복해서 항상 뛰어다녔다. 작은 몸이 다칠까 봐 졸졸 쫓아다니면서 ‘조심해~ 조심해~’ 하는 게 일상이었다.
부모견이 작아서 아이 역시 유난히 작았는데 조금씩 자라긴 했다. 방정맞지도 않고, 으르렁거리며 위협도 하고, 사람과 기싸움하는 법도 깨쳤다. 그리고 초경을 했다. 아이가 누웠던 자리에 빨간 물이 들었다. 다친 건가 싶어 재빨리 몸을 살폈다. 생리였다.
너도 생리를 하는구나?
대답은 없었다. 기저귀를 채웠더니 불편한지 입으로 뜯었다. 하지만 기운이 없어서 금방 픽 쓰러져 잤다. 끙끙 앓기도 했다.
너도 생리통이 있구나?
동물을 좋아하지만 가족이 되어 내가 보살핀 건 처음이었다. 출산을 도운 적은 있지만, 생리를 지켜본 경험은 없었다. 아이가 생리를 하는 내내 낯섦과 걱정과 불안을 피할 수 없었다. 얼마나 아픈지, 내가 뭘 해줬으면 하는지 물을 수도 없으니 애가 탔다.
아이에게 ‘앉아’, ‘일어서’ 등등 그 어떤 훈련도 시키지 않았다. 배변훈련도 좀 시키다 말았다. 뭔가를 강제하는 순간 가족이 아닌 주종관계가 될 것 같아서 말았다. 같이 살려면 그런 것 정도는 해야 질서가 잡힌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똑똑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천재였답니다!) 자기가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했다. 눈치도 빨라서 말귀도 잘 알아들었다. 그럼 됐지. 그럼 충분하지. 아이가 생리를 하는 동안에도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다. 안 그래도 생리 때문에 힘들 텐데 기저귀를 차면 더 불편하고, 답답할 테니 내버려 뒀다. 스스로 알아서 제법 잘 처리했고, 그러지 못하면 내가 부지런히 빨래하고 청소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아파서 끙끙대고, 핥고, 지쳐 쓰러지길 며칠. 드디어 생리가 끝났을 때 아이는 생기를 되찾았다.
너도 생리가 끝나서 좋구나?
여전히 말은 없지만, 붕붕붕 풍차 돌리기 하는 꼬리를 대답으로 받아들였다.
어휴. 생리는 참, 힘들다. 그렇지?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