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나는 생리를 너무 몰랐다. 왜 여자만 생리를 할까, 생리는 자연스러운 건데 왜 말도 못 하게 하는 걸까, 왜 생리대를 사면 검은 봉투에 담아주며, ‘생리’를 ‘생리’라 말하지 못하게 할까. 왜 회사든 학교든 ‘남자’가 있는 곳에서는 마약을 주고받는 것처럼 생리대를 은밀하게 숨겨서 건네고, ‘생리휴가’ 쓰려면 눈치를 보고 또 봐야 하며, 아픈 거 참고 참다 생리휴가 쓰면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는 걸까, 학교에서는 왜 생리용품 종류와 사용법 및 피임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런 교육을 하려 하면 기득권이 사회 풍토와 맞지 않는다며 소란을 피울까.
이런 불평불만만 많았지 생리를 정말 너-무 몰랐다. 생리통 진통제를 생리 시작하기 하루나 이틀 전에 먹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생리대를 화장실에 보관하면 생리대가 습기를 다 빨아들인다는 것도 몰랐다. 생리할 때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생리통이 더 심해지고, 생리 중에 파마나 염색을 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고, 검게 변한 바나나가 PMS와 생리통 완화에 좋고, 피부가 예민하다면 생리대를 고를 때 표백 방식을 꼼꼼하게 살피는 게 도움이 되는데 그런 것도 몰랐다. 다 몰랐다. 생리대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면 아마 영영 몰랐을 것이다.
사회가, 세상이 ‘생리’를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서 만들어진,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 고정관념은 당연히 문제다. 그런데 그건 그 거고. 생리를 좀 알아야 할 필요는 있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생리를 하는 사람은 나니까(생리를 두고 낡은 말을 뱉는 사람들은 생리 경험이 전-혀 없을 확률이 높다). 생리통에 시달리는 것도 나고, 생리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도 나니까. 그 ‘나’로 묶인 집단이 명확하게 존재하니까. (생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당하고만(이렇게 표현하면 생리에게 미안하지만) 있을 순 없다.
그렇게 24년(12살 때 초경을 했고, 지금 36살이니까)을 살았으니 지금부터 완경까지는 조금이라도 편하게, 덜 아프게 보내고 싶다. 그러니까 이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이제 생리를 하게 될, 생리를 하긴 하지만 아직은 낯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나는 잘 모른 채, 알려 하지 않은 채 미련하게 생리를 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니까.
(만약 그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초경을 앞뒀거나 아직 생리가 낯선 분들, 생리통 진통제는 꼭 생리 예정일로부터 하루나 이틀 전에 먹어요. 내성 생길 일, 중독될 일 없으니까 아프면 참지 말고 꼭 먹어요. 생리용품은 생리대, 탐폰, 생리컵이 있는데 다 사용해 봐요. 나에게 맞는, 편한 생리용품을 만나면 삶의 질이 나아지거든요. 물론 겁이 날 거예요. 저도 30대 초반에 탐폰을 처음 썼는데, 그때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성공(?)하고 나니 별거 아니더라고요. 만약 착용 연습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여성의학과에 가면 돼요. 전-혀 이상한 거 아니고, 전-혀 나쁜 거 아니에요. 생리를 하면 속옷이든 겉옷이든 이불이든 흔적을 남길 수 있는데 괜찮아요. 당연히 그럴 수 있어요. 생리혈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액체인데 그걸 어떻게 완벽히 수습하겠어요. 생리는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고, 생리로 인해 벌어지는 일은 모두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누구나 겪는 일이기도 하고요.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죠? 생리는 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즐기기도 힘들어요. 아프고, 불편하고, 성가신데 어떻게 즐기겠어요. 즐길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 이렇게 말 할래요, 피할 수 없으니 정복하자. 생리는 복잡하고, 불안하고, 불합리한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처방안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까. 더디게 변화는 사회를, 세상을 탓하고만 있으면 결국 손해보는 건 ‘생리하는 우리’니까 정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