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마세요, 당신이 우선이에요

하다 이야기

by 오늘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한 친구가 수업시간에 쓰러졌다. 선생님이 그 아이를 업고 양호실로 달려갔다. 교실에 남은 우리는 걱정과 궁금함으로 웅성거렸다.


“생리통 때문이래.”


쓰러진 아이의 짝꿍이 말했다. 몇몇은 수긍했고, 나 포함 몇몇은 놀랐다. 생리통을 겪긴 했으나 견딜 수 있었다. 정도가 심하면 ‘장난 아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쓰러질 수도 있다는 건 짐작도 못했다. 자신이 경험하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


그 후 생리통이 두려워졌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덜컥 쓰러지면 어쩌나, 나는 어떻게 될까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생리통의 강도가 점점 심해졌다. 보이지 않는 주먹이 배를 계속 때리고, 내장이 꼬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앉아도 아프고, 어떤 자세로 서도 불편했다. 하지만 약을 먹을 순 없었다. 생리통 약을 먹으면 혈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내성이 생긴다고 들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정보를 친구들, 같은 반 아이들 다 믿고 있었다. 생리통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고, 어떤 방안을 실천해도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생리는 몸속 일이며 자연의 섭리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의학은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아프면 일이 커지기 전에 병원에 가고, 약을 먹어야 한다고들 한다. TV에서는 ‘두통, 치통, 생리통’에 먹는 약 광고가 나온다. 자연의 섭리를 논할 때 ‘생명체는 태어나고, 죽는다’를 빼놓을 수 없다. 한데 그것도 점점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하고,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렇다면 자연의 섭리 중 하나인 생리로 인한 생리통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아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약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아프면 약 먹어요. 내성 안 생기고, 다른 문제도 생기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먹어요.”


궁금한 건 꼭 알아내야 하는 성미가 나를 약국으로 이끌었다. 약사님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아프기 전에 약을 먹으면 더 좋다고 했다.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도 물었다. 역시 같은 답을 얻었다. 내성이 생긴다는 건 잘못된 정보라고 했다. 그 후부터는 생리가 시작할 무렵이나 생리통 신호가 울릴 때엔 꼭 약을 먹는다. 물론 약을 먹어도 아픈 경우가 많지만, 전처럼 마냥 끙끙 앓지만은 않는다. 주변에도 생리통 약 먹어도 되니 아픈 거 참지 말고 먹으라고 권한다. 누군가는 ‘내성 생기니까 먹으면 안 된다던데?’라고 말한다.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없어진다니까 그때까지 참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 정보 역시 개인에 따라 달라서 100% 확신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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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고, 먹지 않고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잘못된, 불확실한 정보를 믿고 고통을 꾸역꾸역 삼키는 게 속상하다. ‘내 몸이 아픈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음에서 오는 좌절감’과 ‘내 몸의 일인데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생리’가 만났으니 ‘포기 말고는 택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하게 된 과정이 안타깝다. 먹어도 된다는 것, 이상 없다는 것을 알아도 ‘만약에…’, ‘혹시나…’에 발목을 잡히는 심정이 애처롭다. 그래서 더 많이 말한다.


의사와 약사가 생리통 약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프면 여성의학과에 가야 한다고도 하고요.
아픈 걸 참지 마세요.
당신의 건강이 우선이에요.
당신이 우선이에요.


-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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