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를 짚는다고 잘잘잘

by 오늘

오늘 글의 제목에는 큰 의미가 없다. 그냥 생리통에 허리가 아파 죽겠을 때에는 지팡이라도 있길 바라는 마음이 들길래 붙여 보았다. 사실 그것도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왜냐하면 생리 중엔 지팡이고 나발이고 쉬는 게 최고다.), 의지할 곳 없는 것보단 막대라도 하나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이 회사에 인턴으로 출근하던 첫날부터 생리 중이었다. 생리대 회사 첫 출근 주에 생리라니, 하면서 혼자 웃었다. 그 날 윌과 함께 인턴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은 건, 생리휴가를 매달 하루씩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생리통이 심해 학교 수업을 빼고 결석을 적립하던 내게(TMI:우리 학교는 생리공결 인정이 안 된다. 여대 중에 이런 학교가 또 있을까 싶다.) 아주 반가운 말씀이었다.


아쉽게도 그 주에는 사용하지 못했다. 쉽게 입사한 만큼 사내 분위기나 업무에 대해 빨리 익혀 내 몫을 해내고 싶기도 했고, 사유가 명확하긴 해도 첫 주부터 휴가를 사용하기에 무지렁이는 왠지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미래에 우리 회사에 입사할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출근 첫 주부터 생리를 하게 된다면, 당장 생리휴가를 사용하세요. 생리휴가는 권리입니다. 이 곳에 있는 그 누구도 당신의 생리 휴가 사용에 눈치를 주지 않아요!). 그 이후로는 가능한 사용 하려고 한다. 내 몸과 일의 효율을 위해서도 있지만, 이건 내 뒤에 들어올 여성 직원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생리휴가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계속해서 유지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생리통이 심한 날 아무런 제약 없이 쉴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무척 행복한 일이었다. 약 한두 알을 삼키고 그대로 누워서 따뜻한 이불을 덮으면 마음과 몸이 안정되고, 다음 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힘이 조금이나마 충전된다. (생리휴가는 생리기간 중 의지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지팡이. 생리휴가 최고. 여러분, 생리휴가 꼭 쓰세요.) 생각해 보니 ‘여러분, 꼭 생리휴가 쓰세요.’라는 말은 어찌 보면 아주 재수 없는(?) 소리일 수 있겠다. 운 좋게 생리휴가를 매달 하루씩 사용할 수 있는 회사의 직원이 그럴 수 없는 분위기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뜬구름 잡는 소리. 맞다, 내가 청자를 잘못 잡았네. 자, 바꿔 보자. 무지렁이만 할 수 있는 소리를 해 보자.


고용주 여러분, 생리휴가 보장하세요. 여성 직원의 생리휴가는 법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악용이니 뭐니 문제 많다 하지만 실상 개인의 문제고, 눈치 보느라 사용 자체도 못 하는 사람이 쌔고 쌨는데 그 ‘악용’ 문제를 집단으로 치환하는 치사한 행동은 그만둡시다. 일반화의 오류는 이제 그만 두자고요.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상식을,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좀 지킵시다. 눈칫밥도 좀 그만 주시고요. 제발!

이 글을 읽는 고용주 분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생리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건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일을 비판하는 건 적어도 틀린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부디 우리 모두 당연한 건 당연하게 좀 여깁시다.

이상, 생리휴가를 권장하는 무지렁이 앰버 드림.


-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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