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복

'행복'에 대한 수업에서

by 소소 쌤

요즘 고등학교 1학년 사회 수업은 ‘행복’ 단원으로 시작한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는 없었던 '통합사회'라는 과목을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처음 만들면서 1단원을 어떻게 시작할지 전문가들의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 과목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행복한 사회에 살아가는 행복한 개인이기에 1단원은 '행복'이 되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새 학기 3월, 그 시작을 아이들과 수업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일은 가장 설레면서도 가장 어렵다.


교과서의 내용을 읽어보면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다. 행복의 의미가 무엇이고, 지역과 시대에 따라 어떻게 행복이 다르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질 높은 정주환경, 경제적 안정, 민주주의의 발전, 도덕적 실천'과 같은 기준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았으며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들이기에 이런 내용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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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자신의 생각을 적고 다른 연령대의 사람을 인터뷰해오자.”


이 단원을 시작할 때 나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과제를 내준다. 언제나 그렇듯 첫 단원, 첫 수업의 과제에 아이들은 열의를 보인다. 한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한 유튜버에게 쪽지를 보내 인터뷰를 해온 적이 있다. 그 유튜버에게 행복은 "상처 받는 말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 유튜버가 최근 겪고 있는 심리적 상처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왔다. 할머니, 과외 선생님, 동생, 부모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다가 아르바이트생에게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질문에 당황했을 누군가에게는 미안했지만 아이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이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상황과 시간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동생을 인터뷰해 온 한 학생에 따르면 5살 동생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 시절에 우리는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엄청나게 행복했다.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에겐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해졌음을 아이들과 나는 과제를 통해 찾아냈다. 그리고 또 하나 인터뷰에서 내가 찾아낸 사실은 부모님의 행복에서 묘한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지금처럼'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무탈하기를 희망한다. 젊은 시절 우리는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 무언가는 새롭고 즐거운 일, 예를 들어 연애, 취업, 성공 등을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그것들이 이루어지는 것이 행복이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 새롭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수고스러운 일인 경우가 많다. 때론 질병, 사망처럼 고통스럽기도 하다. 나 또한 언제부턴가 한 해를 시작하며 바라는 일은 '지금처럼' 아무 일 없이 무던하게 살아내기를 희망했던 것 같다. '지금'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감사함도 있지만 더 나쁜 일들이 일어날까 싶은 염려도 있었다. 그러한 일들을 이제는 어른으로서 어른스럽게 대처해나가야 함을 알기에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복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닐까.


20190709_142610.jpg 쥘리에트 비네
"행복은 풍선이다. 풍선을 불기 시작하면 더 크게 불고 싶어 지듯 사람은 행복할수록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길 원하고 이로 인해 풍선이 터져 아무것도 남지 않듯 행복을 더 원하고 원할수록 나중에는 지금 가진 행복마저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가 내린 행복의 정의는 이러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적당한 풍선의 크기를 알게 되고 거기서 멈춰 더 바람을 불어넣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그 풍선에 어떠한 뾰족한 것이 다가올 것을 두려워하고 내 풍선을 지켜내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

행복에 대한 수업을 하다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요즘 그렇게 아이들과 사회 수업을 시작한다. 우리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에 대해 묻고 답하고 고민하며 시작하는 이 수업을 3월, 또 즐겁게 시작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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