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카페에서 무엇을 하나요?

커피에 대한 통합적 관점 수업에서

by 소소 쌤

남편과 처음 연애할 때 남편은 자기 인생에 이렇게 카페를 오랫동안 있어본 일도, 자주 와본 일도 없다고 했다. 커피 한잔에 4천 원~6천 원을 내며 카페에 가는 일이 돈 아깝다 생각하던 남편이 나중엔 이렇게 말했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임대업을 하는 곳이다.”


그렇게 이해한 이후로 남편은 나와 카페에 앉아 얘기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들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추울 땐 따뜻하고 더울 땐 시원한 공간, 잔잔한 노래가 흐르고(때로 내가 좋아하는 곡이 우연히 흘러나올 때의 그 행복감), 맛있는 음료가 있는 그 공간을 정말 사랑한다. 특히 춘천에서 살 때는 더욱 그랬다. 서울은 어느 카페를 가건 사람이 북적이고 소란스럽지만 춘천은 어느 동네 카페를 가도 대부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맛있는 커피, 친절한 사장님이 있었다.



언제부터 카페는 우리에게 이러한 공간이 되었을까. 코로나 이후에 카페에 가는 것이 어려워졌다. 당연한 일이다. 카페는 사교의 장이었고, 그러려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거기에 마스크를 벗고 먹고 마시는 일이 수반되었다. 코로나가 시작되자마자 저렴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하나 사서 카페 커피 맛과 가장 유사한 맛의 커피를 내려 아이스라테를 만들어먹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생활의 공간인 ‘집’에서 마시는 커피 맛은 카페에서 남이 내려주는 커피 맛과 달랐다. 나에게 카페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요즘 고등학생들도 카페를 자주 찾는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많다. 자신은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정말일까?’라는 의심이 든 적도 있지만 좋아하는 취향에 의심이 왜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학교 앞에 생긴 가로수길 느낌의 소품 샾 겸 카페는 매번 새롭게 인테리어를 바꾸고 비싼 커피 값을 받지만 교사와 학생들 모두 그 카페 앞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며 햇빛을 받는 일을 좋아한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엔 맥도널드와 롯데리아가 그런 공간이었는데 이제 아이들은 나보다 더 빨리 카페라는 공간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커피” 하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수업 때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이 커피도 역사적으로 어디에서 시작해서 우리나라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어느 지역에서 생산해서 어느 지역으로 소비되는지, 커피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 문제는 없는지 등을 생각하는 것이 사회 수업에서 배우는 “통합적 관점”이라는 것이다. 그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커피를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이 소비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카페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한 아이가 마스크 안에서 말했다.


“사진을 찍어요.”


그 답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예상치 못한 답이었기 때문이다. 수다를 떨어요. 커피를 마셔요. 책을 읽어요. 같은 답들을 예상하지만 아이들의 대답은 항상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생각해보니 맞다. 우리는 카페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 순간을 남기기 위해서. 나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서 카페를 살펴보고자 했던 것인데 카페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 공간 내에서의 관계 맺기가 아닌, 사진을 통한 소셜미디어 안에서의 관계 맺기 또한 카페 공간의 의미인 것이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한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행위, 카페를 찾아가는 행위는 이제 단순히 그 행위에서만 끝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온라인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이 “통합적 관점”이라는 것은 다문화 사회, 교통 문제, 1인 가구 증가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접근할 때 필요하다고 수업을 한다. 커피라는 한 가지도 통합적 관점으로 파악하다 보면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 가는데 복잡한 사회문제는 더 다양한 생각들로 이야기들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따뜻한 햇살이 내려오는 시간에 카페에 앉아 누군가와 그런 수많은 이야기들을 맘 편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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