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한 기사가 연일 나오고 있다. 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서 시작하여, ‘관련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기를 함으로써 이득을 얻었는가’에 대한 조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유출 시 엄정한 인사 조치와 함께 이로 인해 투기가 발생하면 관련 내부, 외부인에 대한 법적 제재를 취할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을 보며 최근 본 영화인 ‘강남1970(감독 유하)’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산업화, 도시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시의 변화에 대한 수업을 할 때 참고할 목적으로 본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어떠한 의미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배경 속 1970년경 강남은 논밭이었다. 한강 강변에서 빨래를 하고 물고기를 잡던 그 시절로부터 고작 50년 정도 시간이 흘렀고, 이러한 격변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산증인들이 내 부모님 세대이다. 영화에선 1970년 ‘남서울개발계획’을 통해 강남으로 중요 시설들이 이전한다는 ‘내부 정보’를 가진 자들이 농사짓는 거주민들에게 강남땅들을 싼값에 매입하기 시작한다. 고위 관료와 조직폭력배들이 얽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판에 뛰어들고, 그 과정에서 욕망의 땅 강남을 사이에 두고 일상적인 폭력, 배신, 살인들이 일어난다. 이는 흡사 전쟁터처럼 느껴진다.
주인공들은 더 이상 가난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땅을 산다. 어쨌든 모두의 목적은 하나다. 땅을 통해 부를 얻는 것. 대한민국에서는 서울, 특히 강남의 땅과 아파트는 곧 부의 창출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현실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이것은 1970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2021년의 지금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 건지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수업을 하다 보면 사회는 점점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부모님 세대 때, 공공연하게 일어났던 비리나 부도덕들도 ‘청렴사회’ ‘윤리경영’등의 이름으로 잘못된 것들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글로 읽고 있을 때 그렇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 여전히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거주하며 기본적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살아간다. 하지만 그 한편에서는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청약을 기웃거리다 서울의 집값에 좌절하고, 그럼에도 서울 한켠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살아간다.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이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내가 집을 사는 곳(Live)이기보다 사는 것(Buy)처럼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번 문제가 한 번쯤 수업에서 언급이 될 것임을 안다. 서울의 문제는 ‘집값’이라고 아이들도 이야기한다. 우리는 1970년에서 크게 나아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 구조적으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막고, ‘부동산’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열악한 환경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주거권 보장을 하는 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아이들과도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0년 뒤 지금의 사태를 돌아보며 왜 또다시 반복되고 있느냐고 질문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순진한 믿음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