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두통의 점심을 지나며

불편하지만 분명한 출발선

by 소소연

커피를 끊은 첫날,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텅 빈 아침이었다.
스탠리 710ml 텀블러에,

늘 얼음을 가득 채운 산미가 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나는,
오늘은 그 자리를 레몬차 한 잔으로 채웠다.


물은 목을 적셔주었지만,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던 커피의 자리는 그대로 비어 있었다.

점심 무렵이 되자 머리가 묵직해졌다.
뒤통수가 깨어질 거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머리가 두 개로 뽀개질 거 같은 두통이 시작되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은 몸이 곧장 반응한 것이다.
이 두통은 단순히 피곤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카페인이 끊긴 첫날,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너, 늘 내가 없으면 못 버텼잖아.”
마치 커피가 속삭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두통이 불편하면서도 조금은 반가웠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의존의 흔적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가 되면서 집중력은 쉽게 흩어졌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금세 지쳤다.
커피 한 모금이면 금방 회복됐을 텐데,
오늘은 그 한 모금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저녁 무렵, 머리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나는 작게 안도했다.
“그래도 하루는 버텼구나.”
두통을 품은 채 지나간 첫날은 불편했지만,
그 불편 속에서 나 자신을 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커피 없는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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