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졸린 저녁을 보내고

졸음을 받아들이는 연습

by 소소연

커피를 끊은 지 이틀째.

아침은 여전히 멍했고, 점심 무렵에는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저녁에 이르자 온몸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이면 금세 깨어날 수 있었던 오후의 나른함은

이제 도무지 벗어나기 어려운 졸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회의 중에도, 글을 쓰려 앉아도,

눈꺼풀은 자꾸만 무거워졌다.


그동안 나는 커피가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 주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 위에 불안정하게 서 있었던 것 같다.

커피가 사라지자 내 에너지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나는 원래 이렇게 피곤한 사람이었을까?”

스스로에게 자꾸 물어보게 된다.


저녁을 지나며 어쩔 수 없이 몸을 내려놓았다.

밴드 합주를 해야 하는데,

자꾸 비트가 물리는 느낌이 날 정도로 졸리다.

멤버들과 늦은 야식을 먹을 때도

제대로 수저를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집에 가면서도 졸리기 시작해서,

커피로 억지로 버티던 습관 대신,

오늘은 졸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 일찍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불완전한 에너지 속에서 맞이한 두 번째 날은

텅 빈 것 같으면서도 낯선 충만함을 품고 있었다.

커피 없이 흘러가는 저녁은

익숙하지 않지만, 내 몸이 오래전부터 바라던 리듬일지도 모른다.


사족. 집에 늦게 들어온 혁짱은,

집에서 큰 대자로 누워서 쿨쿨 시체처럼 자고 있는

와이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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