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다
공연이 끝난 밤,
오랜만에 모든 게 완벽했다.
박수 소리, 무대 조명,
친구들의 웃음과 건배 소리까지.
나는 드럼 위에서,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 있었다.
뒤풀이 자리에서도 분위기는 최고였다.
누구보다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잔이 몇 번 비워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불을 켜는 순간,
몸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머리도, 마음도 눌려 있었다.
기분은 좋은데, 몸은 별로였다.
뭔가가 지나치게 빠져나간 느낌.
세수를 하면서 거울을 봤다.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눈빛은 좀 흐려 있었다.
공연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
그 열기를 버티지 못하는 몸이 낯설었다.
생각했다.
‘나는 술을 마시며 즐거워했을까,
아니면 그 순간을 지탱하기 위해 마셨을까.’
예전에도 이런 밤이 있었다.
뒤풀이 다음날이면 늘 후회가 남았다.
그리고 그 후회가 쌓여서,
언젠가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은 그 반복을 멈추고 싶었다.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건배 대신,
나한테 맞는 ‘휴식의 방식’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이건 금주의 결심이라기보다,
즐거움의 끝에서 다시 나를 회복하는 기록이다.
아직 확실한 방법은 모르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오늘 밤만큼은 맥주 대신 글을 마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