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알아챈 변화

맑아진 감정이 불편하게 스며드는 순간

by 소소연

금주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몸이 조용해졌다.


예전엔 잠들기 전까지도 머리가 복잡했다.

맥주 한 잔이 그 복잡함을 눌러주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것도 덮어주지 않으니

생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밤이 길어졌다.

조용한데, 그 조용함이 조금 낯설었다.

눈을 감으면 귀 안쪽이 맑게 울렸다.

마치 내 안의 소음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머리가 가볍고, 몸이 조금 따뜻했다.

그런데 그 맑음이 편하지 않았다.

술이 빠진 자리에

‘생각’이 너무 또렷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출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피곤한 표정,

누군가의 멍하니 뜬 눈동자.

예전에는 몰랐던 풍경이었다.


오후엔 몸이 느리게 반응했다.

손끝이 약간 떨렸고,

오후 두 시쯤엔 이상하게 졸렸다.

아마도 맥주 대신 남은 피로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과정이겠지.


저녁이 되자 약간의 공허함이 밀려왔다.

‘오늘 하루는 왜 이렇게 길까.’

시간은 같은데, 감각이 달랐다.

취기 없이 맞이하는 저녁은

조금 불편하고, 조금 더 진짜 같았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했다.

몸이 먼저 변화를 알고 있었다.


어제보다 숨이 조금 더 깊어졌고,

아침 공기가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새로운 균형을 배우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이제야 안다.

술을 끊는 건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시작하는 일이라는 걸.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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