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시던 자리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배우는 시간

by 소소연

금주를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고기를 먹기로 했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고기 굽는 냄새가 반갑게 코끝을 때렸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반사적으로 맥주가 떠올랐다.

“고기엔 맥주지.”

예전의 나는 늘 그랬다.


그래서인가 친구들은,

"무슨 맥주 마실래?

켈리 없나 본대?

카스? 테라?

역시 테슬라지"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응, 당분간 술은 마시지 않을 거야”

"탄산수는 없겠지??"


친구들이 놀란 얼굴로 나를 봤지만

곧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풀렸다.

콜라 한 캔을 시켰다.


시원한 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잠깐의 시원함이 지나갔다.

그 한 모금이 맥주의 첫 잔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커피를 안 마시고있어서 인지 너무달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이후엔 물만 마셨다.


처음엔 심심했다.

다른 친구들의 잔이 반쯤 비워질 때마다

나의 투명한 잔은 그대로였다.

그래도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다.


불판 위의 고기 색이 점점 변해가고,

대화는 사소한 일상으로 흘러갔다.

나는 오랜만에 그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했다.


예전엔 웃음소리와 건배가 섞여

대화가 반쯤 날아가곤 했는데,

오늘은 말들이 또렷하게 들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고기 맛이 이렇게 진했던가.

소리, 냄새, 표정, 맛!!

모든 감각이 조금 더 선명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고기 냄새는 여전했지만,

그 자리의 공기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머리는 가볍고 마음은 단단했다.


오늘의 건배는 잔이 아니라

내 안의 평온에 한 잔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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