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진 자리에서 되찾은 밤의 리듬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매일 술을 마시던 사람이 아니다.
주말마다 마시는 것도 아니었고,
집에서 마시는 습관도 없었다.
내 술은
수요일, 합주가 끝난 후와
지인들을 만날 때뿐이었다.
연주로 몸이 뜨거워지고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가서
생맥 한 잔을 비우던 그 짧은 여운.
그게 전부였다.
금주를 시작한 이후로
그 자리엔 여전히 함께하지만
잔을 들진 않게 되었다.
밥은 같이 먹고,
이야기도 같이 나누고,
웃고 떠들지만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치킨 냄새와
친구들의 잔 부딪히는 소리,
그 익숙한 배경 속에서
유일하게 투명한 잔을 들고 있는 내가
잠깐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낯섦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원함 대신 따뜻한 밥,
취기 대신 대화,
밤 대신 맑은 정신이
내 자리를 천천히 채워갔다.
어느 순간부터
합주 후에 술을 마시지 않는 하루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지인 모임에서도 내가 맥주를 안 마시게 되니,
맥사(맥주+사이다)를 드시던 분들도 안 마시게 되고,
다들 투명잔으로 채우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한 달 내내 술을 마시지 않은 나를
문득 발견하게 되었다.
더 놀라운 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밤공기가 또렷했고,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도 맑았다.
그 맑음은 집에 도착해서도 이어졌다.
애매한 취기로 잠들지 못해
아침까지 비몽사몽 이어지는 리듬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잠들고
자연스럽게 깨어나는 밤과 아침.
맥주를 안 마시니
잠이 먼저 찾아오고,
맥주를 안 마시니
아침이 먼저 나를 깨웠다.
나는 그 단순한 변화가
이렇게 큰 안정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
맥주 대신 루틴을 넣은 게 아니라,
맥주를 비운 자리에서
내 삶의 리듬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