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도 충분했던 관계의 온도
우리 팀은 원래 저녁 회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늘 점심에 모여 밥만 조용히 먹고 끝나는 편이다.
오늘도 별일 아닌 점심 회식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조금 긴장됐다.
금주를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된 지금,
누군가 잔을 권할 일은 없겠지만
‘함께 먹는 자리’ 자체가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반찬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회사 얘기, 날씨 얘기,
주말에 뭘 했는지,
서로가 알고 있는 사소한 근황들.
예전엔 이런 자리에서
나는 종종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색한 공기가 싫어서
술 한 잔으로 분위기를 녹이고 싶었고,
술이 없으면 관계도 조금은 딱딱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술이 없으니
대화가 더 또렷하게 들렸다.
누가 웃는지,
누가 말할 때 잠시 멈추는지,
누가 조용히 밥만 먹고 있는지.
예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고 놀라운 걸 발견했다.
내가 편안했다.
술 대신 따뜻한 국과 물 한 잔으로도
이 자리를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누가 나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나 역시 술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점심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머리는 가볍고 마음은 잔잔했다.
오후 업무도
취기 없는 집중력으로
오랜만에 차분히 흘러갔다.
예전의 나는
술이 있어야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믿었고,
빈말이라도
"맥주 한 잔 할래?" 하고 지나가는 편이었는데,
오늘의 나는
술 없이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고,
농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확인했다.